#사례1.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GS칼텍스 등 입주기업들은 2010년부터 설비증설을 위한 부지 확보를 위해 녹지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여수산단의 총부지 5025만㎡ 중 법정기준인 10~13%를 녹지로 확보해야 하는 규제가 걸림돌이었다. 기업들은 모든 원료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는 석유화학업의 특성상 관련 설비가 밀집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전라남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사례2. SK하이닉스는 지난 상반기 경기도 이천공장을 증설하기 위한 사전조사를 진행하던 중 이중삼중의 규제에 봉착했다. 2010년 초 증설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생산라인의 구리 배출문제가 정부의 전향적 조치로 해소되고 난 뒤에도 상수원보호구역, 자연보전권역 등에 적용되는 갖가지 규제가 가로막고 나선 것.

◆“기업 입장에서 판단”

위의 두 가지 사례는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로 오랫동안 해당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아온 것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과 함께 기업규제를 상징하는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지만 임기 말에 이른 지금도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는 낮아지지 않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최근 전경련이 조사한 기업들의 규제완화 만족도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2010년 39.1%까지 올랐으나 이후 2년 연속 하락, 20.9%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존의 규제해소 전략을 ‘트러블 슈팅(trouble shooting)’으로 변경, 위의 두 가지 사례를 포함해 최근 경제단체가 요청한 135개 중 중복과제를 뺀 114개 규제완화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기로 했다. 지난 7월 말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지시한 후 두 차례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속전속결로 확정됐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규제권한을 갖고 있는 부처와 지자체 담당자가 모여 원샷에 해결 방안을 찾는 일괄타결 방식”이라며 “단 한 건의 투자를 위해 수십곳의 관청을 드나들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규제를 풀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 “투자확대가 우선”

여수산단의 녹지비율 규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풀렸다. 재정부는 녹지규제의 예외적용이 가능한 근거를 뒤지다가 비율의 산정기준이 되는 공단면적에 매립 예정인 공유수면까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아직 매립하지도 않은 공단 앞바다까지 공단으로 간주해 놓았던 것. 따라서 공유수면을 제외할 경우 녹지비율이 규제기준의 절반 밑으로 떨어져 설비증설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정부는 이달 중 여수산단의 투자를 승인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이천지역 기업들의 공장증설 문제도 관계부처가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결과 의외로 쉽게 풀렸다. 국토해양부는 수질오염 보완장치를 마련해 토지 허용면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인근 변전소에서 전용송전선로를 끌어와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용수부족은 광역상수도를 연결시키되 정화시설을 증설해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대기오염은 현재 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해본 결과 연간 9.12t으로 규제기준인 25t을 한참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규제는 대부분 해당 부처가 기본 원칙을 건드릴 수 없어 완화를 미뤄왔던 사안들”이라며 “하지만 경기회복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확대가 절실한 만큼 정부도 규제분야에 발상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트러블 슈팅

정보기술(IT)업계의 용어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처리한다는 뜻이다. 정부 측에선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한데 모여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조정 방식으로 불린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