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은 사업비(수수료)를 종전보다 30~40% 낮춘 연금을 지난 7월 선보였다. 계약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는 입소문에 1400억원어치나 팔렸다. 또 2010년 9월 출범한 IBK연금보험은 위험보증료를 없애 보험료 부담을 낮춘 연금으로 지난달 말 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2년 만에 자산 1조원 돌파’는 업계 최단기 기록이다.

보험업계가 ‘저가형 보험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변액연금 수익률 논란에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위축된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주로 무배당이나 온라인 방식 설계로 보험료를 낮추는 형태를 띠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이달 중순 배당을 없앤 연금저축을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출시한다. 사업비가 유배당 연금(월 보험료의 500~600%)의 3분의 1인 200%대에 불과하다. 만 35세 가입자가 월 30만원씩 보험료를 낼 경우 같은 조건의 유배당 연금보다 연 97만원씩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인터넷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저축보험을 지난달 처음으로 선보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직접 설계하는 구조여서 최종 환급액이 많다”며 “연금·저축 외 저가형 상품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전용 보험사인 악사손보는 종전보다 10% 이상 싼 치아보험을 이달 5일부터 판매 중이다. 상해보장 등 특약을 없애 가격을 낮췄다. 보통 2년인 보철치료 면책 기간을 6개월로 확 줄인 점도 특징이다.

저가형 보험의 위력은 속속 증명되고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판단이다. 평균 15% 저렴한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매년 시장 점유율을 2~3%포인트씩 높이고 있다. 현재 점유율은 사상 최고인 26%다.

보험사들은 저가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근 온라인보험 이름을 ‘마이애니카’에서 ‘애니카 다이렉트’로 바꾼 삼성화재는 저가 공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KDB생명은 오는 11월 온라인 종신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 인터넷 판매가 어려웠던 종신보험에도 온라인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한화손보는 연금·저축·화재·운전자·상해 등 5가지 보험상품을 온라인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연내 구축할 방침이다.

또 교보생명은 저가 보험을 전문 판매하는 자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당국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생명 역시 저가 보험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