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방귀 뿡뿡 뀌는 광해군 맡아 코믹 연기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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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주인공 이병헌
천민 하선 졸지에 용상에 앉아 15일간 왕 노릇 하는 해프닝 그려
1인2역…20년 연기내공 보여줘
천민 하선 졸지에 용상에 앉아 15일간 왕 노릇 하는 해프닝 그려
1인2역…20년 연기내공 보여줘
배우 이병헌(42)의 연기 변신이 파격적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드라마 ‘아이리스’ 등에서 강렬하고 묵직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그가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광대춤을 추고,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뀐다. 수라상을 받아들곤 게걸스럽게 접시를 비우고, 생리현상을 해결 못해 바지춤을 붙잡고 종종거리기도 한다. 130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이병헌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 놀라게 된다. 데뷔 21년차 배우 이병헌의 새로운 발견이다.
‘광해…’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8년 2월28일의 기록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관보)에 내지 말라’는 구절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팩션 사극. 반대세력의 계략으로 조선 15대 임금 광해군(이병헌)의 생명이 위험해지자 허균(류승룡)이 기생집의 만담꾼 하선(이병헌)을 임금 대역으로 앉힌다. 천민 하선이 졸지에 용상에 앉아 15일간 왕 노릇을 하는 과정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광해군과 하선 1인2역을 맡은 이병헌을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애초에 그를 위해 위해 기획된 거나 마찬가지다. 추창민 감독이 모자란 제작비를 쪼개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그를 섭외했을 정도. 그는 당시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2’를 촬영 중이었다.
“감독님 때문에 영화를 선택한 건 아니고요.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광해’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이 무엇이냐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코믹적인 요소를 가미한 영화입니다. 하선이 얼떨결에 궁에 들어가 점차 지도자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에서 그는 눈빛 하나로 1인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피도 눈물도 없는 광해군에서 정 많고 웃음 많은 하선으로 변한다. 20년이 넘는 연기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1인2역이라고 해서 광해와 하선을 애써 나눠 연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우리가 알고 있던 광해는 폭군 이미지가 강한데 최근엔 외교정책, 정치적인 업적들이 재조명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어쩌면 하선이란 인물이 광해의 또 다른 자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폭군 광해와 백성을 아끼는 하선을 합치면 광해군의 모습이 될 거라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영화의 백미는 ‘매화틀(왕의 이동식 좌변기)’ 장면이다. 하선이 처음 입궐해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데 뒷간을 찾지 못해 며칠을 참다가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자 매화틀을 받아들고 해결하는 장면이다. 그는 다리를 비비 꼬고 방귀를 뿡뿡 뀌는 등 생리현상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연기를 코믹하게 소화한다.
“코믹연기라고 해서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제 피에 흐르고 있는 유쾌함을 믿었거든요. 다만 코미디의 수위를 조절하는 게 어려웠어요. 영화가 과장된 코미디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수위 조절이 잘된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코믹연기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오히려 신선하다고 했다.
“모니터링 시사회에 갔는데 제가 대들보에 ‘꽝’ 하고 부딪히는 장면을 보고 관객분들이 웃을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이더라고요. 그간 제가 쌓아온 진지한 이미지가 그렇게 강했는지 몰랐어요.”
처음 도전하는 사극이라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창 사극 연기에 빠져 영화를 찍고 있는데 ‘지아이조2’ 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추가 촬영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미국에 가서 사흘간 다시 촬영을 했는데 사극을 하다가 갑자기 영어로 연기를 하려니 얼마나 힘들던지요. 결국 23번 NG를 내고 멘붕(정신이 무너질 정도로 충격을 받음) 상태가 됐어요.”
그는 10일 할리우드 영화 ‘레드2’ 촬영을 위해 캐나다로 떠난다.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등과 함께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월드스타란 말은 과장된 부분이 있고요. 23번 NG를 냈을 만큼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미국 땅에서 먼저 나를 알리는 작업을 통해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고 싶어요. 때가 되면 할리우드에서 제가 원하는 작품을 골라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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