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속도 '갸웃' 안철수 본인은 언제 등장하나

"깊게 상의해 결정하느라 그랬다. 함께 상의해 결정하겠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 금태섭 변호사(45·사진)와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새누리당 측의 불출마 종용, 뇌물·여자 문제 폭로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대선 정국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올 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입장과 향후 거취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진 못했다. 긴급하게 돌아가는 국면에서 정작 안 원장 본인은 빠져있는 상황이 빚은 '버퍼링' 현상이었다.

금 변호사가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으로부터 문제의 전화를 받았다는 시각은 4일 오전 7시57분. 이틀 전이었다. 왜 곧바로 협박 전화 사실을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깊게 상의해 결정하느라 그랬다"고만 답했다.

송 의원 역시 새누리당 측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와 수사기관 의뢰 여부에 대해 "상의해 결정할 계획"이란 원론적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일각에선 안 원장 측의 이런 행보가 신중함의 도를 넘은 '대응속도의 문제'란 지적이 나왔다. 정치적 대응은 속도가 생명인데, 사안이 발생한 시점에서 공식 대응까지 만 이틀이 넘게 걸린 것은 치명적 결함이란 것이다.

실제로 안 원장의 입장 표명은 공식 직함도 없는 금 변호사와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잠행을 거듭하고 있는 안 원장과 연락, 상의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대처가 느릴 수밖에 없다.

결국 안 원장 자신이 전면에 나서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금 변호사와 송 의원 등은 이날 10여 분의 짧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 원장의 향후 거취에 관한 질의응답은 생략한 채 황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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