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 2만여점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워홀이 남긴 유작들을 보유하며 간헐적으로 판매해 온 앤디워홀재단이 오는 11월부터 작품들을 모두 내다 팔기로 했다. 워홀 작품은 지난해에만 3억4600만달러어치가 거래됐을 정도로 큰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앤디워홀재단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2만여점의 실크스크린인쇄화, 회화, 콜라주(색종이나 사진 등의 조각들을 붙여 만든 그림), 판화, 사진 등을 오는 11월부터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모두 판매할 계획이다. 판매 수익금은 1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재단은 예상하고 있다.

앤디워홀재단이 보유 작품을 모두 내놓기로 한 것은 재단 운영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1987년 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워홀은 “내 전 재산은 비주얼아트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앤디워홀재단은 그동안 작품 및 저작권 판매 수익을 통해 예술가 육성 등 공익 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작품을 보관하고 판매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재단은 공익사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재단은 이번 대량 판매로 이 같은 부담을 떨쳐버리는 한편 현재 2억2500만달러인 기금을 늘려 기부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워홀 작품 800점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의 미술품 딜러 알베르토 머그라비는 “재단의 작품 판매 계획을 1년 전쯤 듣고 다른 딜러들과 함께 ‘우리가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위대한 작품들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떼처럼 시장에 밀어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워홀의 작품 60여점이 있는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리움미술관이 ‘마릴린 몬로’와 ‘엘비스 프레슬리’ 등 100억원대 그림 2점을 포함, 1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50여명의 개인소장가들도 1~2점씩 보유하고 있다.

판매 대행을 맡은 크리스티는 오는 11월, 12월 뉴욕 경매를 통해 약 350점을 우선 판매할 계획이다.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들인 만큼 보물급으로 경매에 부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황소 눈 모양을 담은 세 개의 권총 타깃을 형상화한 ‘세 개의 타깃’으로 판매가가 1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콜라주 방식으로 그린 재클린 케네디의 초상화는 약 20만달러로 평가된다.

특히 크리스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제품들을 내년 2월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온라인 경매로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오는 18일부터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워홀 회고전이 열린다.

뉴욕=유창재 특파원/김경갑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