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심정으로 기도"…조경란 판사의 눈물
“피고인을 아버지 품으로 바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어미의 심정으로 피고인 부자가 의지하는 하나님께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하며 판결한다.”

성적 압박으로 모친을 살해하고 자신의 집에 시신을 방치한 고등학생 A군(19)에게 6일 원심과 같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항소심 재판장이 눈물을 보였다.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인 조경란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14기·사진)는 “A군은 범행 전날 밤 11시부터 범행일 아침 8시까지 9시간 동안 모친에게 골프채로 맞았고, 이후 3시간이 지난 무렵 모친을 식칼로 잔혹하게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장기 3년6월, 단기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조 부장판사는 “범행 3일 전부터 모친에게 심한 체벌을 받은 A군은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A군이 오랫동안 모친에게 골프채로 100~200대씩 수년간 맞는 등 가혹한 체벌을 반복적으로 받아온 점, 지금은 반성하는 점 등을 볼 때 원심의 형은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 부장판사는 선고를 하며 눈물을 비췄다. 조 부장판사는 “A군 부자가 제출한 반성문과 탄원서로 미뤄 볼 때 A군이 올바른 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서 실형이 바람직한지 고민했다”며 “A군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형벌은 피고인 한 사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피고인으로서도 일정 기간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과 봉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속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오히려 유익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