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셰일가스 개발 프로젝트 가동…석유·가스公 자본확충 후 투자 확대
정부가 ‘신(新) 에너지’로 불리는 셰일가스를 선점하기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을 해외 에너지 메이저기업급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자본금을 대폭 확충하고 민간기업과의 공동 투자 확대도 유도하기로 했다. 셰일가스는 지하 2000m 아래 주로 진흙으로 굳어진 암석층(셰일층)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로 기존 가스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투자 대폭 확대

지식경제부는 6일 에너지 관련 산업계 대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셰일가스 관련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셰일가스 개발·도입 및 활용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해외자원개발협회, 플랜트산업협회 등은 ‘셰일가스 개발·도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부는 우선 2020년까지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의 20%를 셰일가스로 확보해 중동·동남아 등에 치우친 천연가스 수입선을 다원화하고, 국내 가스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에 대한 증자와 차입여건 개선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달 중 두 회사의 투자재원 확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자본금 및 투자비는 엑슨모빌 등 주요 글로벌 자원개발기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010년 석유공사의 자본금과 투자비는 각각 89억달러와 43억달러에 머물렀다. 같은 해 엑슨모빌의 자본금과 투자비는 각각 1527억달러와 717억달러로 석유공사보다 17배나 많았다. 중국의 석유공사인 시노펙과 비교해도 석유공사의 몸집은 7분의 1 수준이다. 가스공사도 자본금 3억달러, 투자비 4억달러에 불과하다.

○공기업-민간기업 손잡는다

정부는 또 삼성 SK GS 등 민간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금융지원도 대폭 강화해 해외 셰일가스 전문기업 인수, 가스전 매입, 액화플랜트 건설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2020년까지 자원개발분야 수출입은행의 여신 규모를 현재 2조8000억원에서 21조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00억원 규모의 해외자원개발융자사업도 셰일가스 분야 민간투자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3.4%에 머물렀던 셰일가스 자주개발률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자주개발률은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개발하는 자원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에너지 자립도가 뛰어나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확보된 셰일가스의 탄력적 활용을 위해 국내 소요물량 외 잉여물량에 대한 트레이딩 허용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가스공사와 민간기업의 국내 LNG 저장시설도 두 배가량 확충하기로 했다.

셰일가스 개발 기술의 확보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략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셰일가스 개발 기술의 수준이 선진국 대비 20%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 2016년까지 이를 50%, 2020년까지 80%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셰일가스 개발 기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관련 해외기업의 인수와 공동사업 수행, 공동 연구·개발(R&D)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