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중도금 집단대출 서류 작성에서 고객의 허락 없이 임의로 변경한 내용이 있는지 전 시중은행을 상대로 전수 조사키로 했다. 국민은행에서 9000여건의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이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부터 8월10일까지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해 전수 조사한 결과 2000년부터 이뤄진 대출 중 9616건의 내용이 고객 허락 없이 변경됐다고 6일 발표했다. 대출 기간을 직원이 임의로 변경한 경우가 7509건으로 가장 많았다. 보통 중도금 집단대출은 입주 때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출 만기 전에만 입주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만기가 됐는데도 입주하지 못하면 담보대출로 전환이 안 돼 중도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 밖에 △대출금리 정정 1954건 △대출금액 정정 147건 △성명 정정 6건 등이 발견됐다. 집단대출의 경우 대출금에 따른 원래 금리가 적힌 일반약정서와 집단대출에 따른 할인 금리가 적힌 추가약정서 등 2개의 약정서를 작성한다.

국민은행 측은 직원 실수로 일반약정서에 할인금리를 적어넣어 이를 임의로 고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금액 정정 건의 경우 ‘일억오천만원’과 같이 한글로 작성해야 하는 대출 금액을 고객이 숫자로 작성했을 때 국민은행 측이 이를 정정한 것이었다.

국민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달 금융소비자보호부를 확대해 집단대출 특별전담창구를 설치했다. 또 영업점이 모아놓은 대출서류를 대출실행센터로 보낼 때 자체 점검에 대한 책임자를 팀장에서 지점장으로 격상시켰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점검을 끝낸 국민은행 외에 다른 은행도 집단대출 약정서 변경이 많았을 것으로 보고 전수 점검을 하도록 했다.

또 금감원은 향후 현장검사 등을 통해 대출약정서 변경에 대한 은행 자체 검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