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공제회 횡령파문…"경영 개입않겠다 각서 쓰고 회장직 수락"
한국 교수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전국교수공제회 회장을 10년 이상 맡아온 주재용 전국교수공제회 회장(한신대 명예교수·79·사진)은 몇차례나 인터뷰를 거절했다. 여러 차례 접촉 끝에 그는 5일 힘겹게 입을 열었다. 피해를 입은 교수들에게 변명으로 들릴까 완강히 인터뷰를 거부했던 그는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동료 교수들의 피해를 복구시키겠다”고 말했다. 총괄이사 이모씨(60) 횡령사건의 충격에 따른 뇌출혈로 입원까지 했던 터였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첫 언론 인터뷰에서 주 회장은 “처음부터 공제회 경영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회장직을 수락했다”며 “회장이 된 이후 기금 운용이나 인사 등에 단 한 번도 개입한 적이 없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본지 9월5일자 A3면 참조

“어떤 말을 해도 후배 교수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없습니다. 피해 교수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주 회장은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10년 넘게 회장직을 맡으면서 어떻게 비리 사실을 전혀 모를 수 있었냐는 질문엔 “이사회에서 자금 운용 등에 대해 보고를 받기는 했지만 조작 여부나 자금 운용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위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10여명의 교수들로 구성된 사외이사들이 회사 경영에 개입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국내 신학계에서 손꼽히는 신학자로 한신대 총장을 9년 동안 지냈다.

주 회장은 “그렇다고 법적 책임을 안진다거나 내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전 재산을 바쳐서라도 피해자들이 원금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전문 경영인을 두고 회생절차를 밟아야 피해 교수들이 더 많은 원금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제회는 서울 부산 광주의 중심부에 건물이 있어 임대로 연 40억원가량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회장은 “법정 파산은 빠르게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법이기는 하지만 공제회의 자산 가치가 경매에 넘어갈 경우 시가의 60%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교수들은 오는 8일 정식 비대위를 결성할 예정이다. 임시 비대위 공동대표단은 “8일 대표단이 모여 법정 파산절차를 밟을지 공제회 회생에 나설 것인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편 수원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이주형)는 총괄이사 이씨의 주변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빼돌린 돈의 향방도 쫓고 있다.

김우섭/장성호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