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권은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은 물론 학력이나 나이에 아예 제한을 두지 않는 등 인사 실험에 나서고 있다. 지역할당제와 고졸 채용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늘린다.

시중은행은 올 하반기에 작년보다 약간 줄어든 1000여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일반직 신입사원 330명을 채용한다. 계열사별로 우리은행 200명, 광주은행 20명, 경남은행 50명 등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학력·전공·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에서 근무할 ‘지역전문가’도 채용한다.

국민은행은 100명을 뽑는 신입행원 공채에서 학점, 연수 경험, 자격증 등과 같은 ‘스펙’을 주요 선발 기준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대신 면접관에게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서적을 사전에 배부하고 면접시 심층적인 질의·응답, 지원자와의 자유로운 토론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하반기 신입행원 210명을 채용한다. 학력·연령 등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는 열린 채용으로 진행한다. 지역할당제를 실시해 채용인원의 약 30%를 지방과 인천광역시, 경기 일부 지역에서 고등학교 또는 대학을 졸업(예정)한 자로 선발한다. 또 채용인원의 약 3%는 장애인 쿼터제를 통해 뽑는다.

‘은행일반’ 직군으로 60명을 선발하는 산업은행은 지방 인재 몫으로 30명을 할당했다. 영남, 충청·강원, 호남·제주 등 권역별로 구분해 채용할 계획이다. 서류전형은 ‘지성(50%)’, ‘덕성(30%)’, ‘감성(20%)’ 등 세 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보험사들은 불황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하반기 채용이 지난해 수준인 1000명을 소폭 밑돌 전망이다. 삼성화재는 작년 하반기 150여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100명가량을 선발한다. 대한생명과 현대해상은 각각 100명가량을 계획하고 있다.

카드사들도 작년 하반기보다 20~30% 줄어든 400여명을 뽑는다. 현대카드는 작년 하반기 100여명을 선발했지만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50~60명 수준이다.

금융권 구직자들에게 한 가지 위안거리는 금융 공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신입직원을 지난해보다 소폭 늘린 50명 내외 채용할 예정이다. 복잡해지는 금융업에 대한 대처능력 강화 등을 위해 응시 분야에 ‘금융공학’을 추가했다. 지난해 51명을 신규 채용한 한국은행은 올해는 신입행원을 60명가량으로 늘린다. 상반기에만 92명을 선발한 수출입은행은 하반기 49명을 채용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