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死後 등장 신조어…수령 중심·대 이은 계승 강조
"정통성 확보하며 사회적 동원 근거로 활용할 듯"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김정일 애국주의'라는 신조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어 이것이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애국주의'를 "주체사상, 선군 사상에 기초한 애국주의"로 규정함으로써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 사상을 넘어서는 제3의 사상으로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이념임을 시사했다.

사실 그동안 북한이 '애국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김정일 애국주의'라는 용어는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 등장했다.

지난 5월12일 노동신문은 '일꾼들은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정신을 깊이 간직하자' 제목의 사설에서 당 간부들에게 인민을 위한 헌신적 복무를 촉구하면서 "오늘 조선노동당은 전체 일꾼과 당원과 근로자들이 김정일 애국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갈 것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7월26일 당 책임일꾼과 '김정일 애국주의를 구현하여 부강조국 건설을 다그치자'라는 제목의 담화를 했고 북한의 언론매체가 8월3일 이 담화의 전문을 공개했다.

이후 북한의 다양한 공식행사나 언론매체의 논·사설에서 '김정일 애국주의'라는 표현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북한이 설명하는 '김정일 애국주의'의 핵심은 유일 지배체제의 근간인 수령중심주의이다.

김일성방송대학이 운영하는 '우리민족강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김정일 애국주의의 본질적 내용' 제목의 글은 "김정일 애국주의는 숭고한 조국관을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며 "조국은 곧 수령이고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애국의 최고표현이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일 동지는 수령님의 사상과 위업을 가장 빛나게 계승한 절세의 위인"이라며 "장군님께서는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완성하는 것을 필생의 사명으로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후계과정을 거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불안한 정통성을 고려해 주민들의 충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김정일 애국주의'를 부각하면서 주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시절 '강성대국론'을 노동신문 정론으로 가장 먼저 실으면서 노동신문사 사장에까지 올랐던 최칠남 조선기자동맹 위원장은 6월21일 노동신문에 쓴 논설 '위대한 김정일 애국주의는 백전백승의 기치이다'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그는 "조국과 인민의 미래를 사랑하는 후대관은 애국주의의 본질적 내용의 하나"라며 "비록 자기 대에는 덕을 보지 못해도 먼 훗날에 가서 길이 남을 수 있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참다운 애국주의"라고 주장했다.

현재 어렵게 살고 있지만, 국가를 위해 희생하면 자식 세대에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경제적으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를 탈출할 묘수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눈앞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희생을 요구한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사회통합과 정치적 정통성 확보를 위해 '김정일 애국주의'라는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있다"며 "주민들의 희생을 강조함으로써 앞으로 사회적 동원의 이념적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