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주행하지 않고 주차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영국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하루평균 23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아도 유지비는 들어간다. 기름값을 제외하고도 유지비는 연간 5000파운드(약 910만원)에 이른다. 앉아서 까먹는 돈이 아깝지만 차를 팔자니 차 없는 불편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영국의 휩카(www.whipcar.com)는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차가 필요한 사람과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신개념 자동차 렌털 서비스를 고안한 것. 2010년 4월 ‘이웃에게 차를 빌려줘라’는 슬로건과 함께 등장한 휩카는 차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는 간단하다. 차 소유주는 휩카 사이트에 자신의 차를 등록해 놓는다. 그리고 원하는 대여 가격과 함께 차를 쓰지 않는 시간을 기록한다. 단 몇 시간이라도 괜찮다. 차가 필요한 사람은 사이트에 가입한 뒤 원하는 조건에 맞는 차를 검색해 대여 신청을 하면 끝이다.

차 소유주는 노는 차를 빌려주며 짭짤한 부가 수익을 얻고, 차가 필요한 사람은 일반 렌털 서비스보다 싼 가격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집 근처에서 쉽게 빌리니 서로에게 이득이다. 가입비가 무료인 대신 휩카는 중개자로서 소유주에게는 거래 가격의 15%를, 대여자에게는 건당 수수료 3파운드(약 5500원)를 받는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차를 빌려줄 때 생기는 불안함도 해결했다. 대여자의 사고기록, 음주운전 여부 등의 정보를 조사해 대여 자격을 심사·승인하는 절차를 도입한 것. 대여 기간 중에는 차 소유주의 보험이 아닌 휩카의 보험 서비스가 적용된다.

런던에서 사업을 시작한 휩카는 2년 만에 영국 대부분의 도시로 진출했다. 등록된 차량도 1만8000대가 넘는다. 여기다 대여자의 90%가 집에서 10분 이내 거리에서 이용 가능한 차를 찾을 수 있어 만족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차량 공유 시장은 2016년까지 20억파운드(약 3조75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유물을 공유하는 ‘공유 비즈니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공유 비즈니스는 지난해 미국 타임지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이제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구매하기보다는 잠시 빌려 쓰길 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의 보급도 공유 비즈니스 활성화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이제 주위를 한번 둘러 보자. ‘소유’를 ‘공유’로 전환할 것은 없는가? 비즈니스 기회는 남보다 한발 앞설 때 생긴다.

< IGM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상무, 기민경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