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소속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 7월25일 전경련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앞장서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결의안이 주목받은 이유는 국회가 경제민주화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하 CSR) 영역으로 포함시켜 규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CSR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즉 사회 환원적, 자선적 개념의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CSR은 기업의 준법경영, 윤리경영, 인권존중, 환경보호 등의 활동과 연관돼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업의 책임을 의미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거북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도 정당한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일이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측면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2년 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이 제정됐을 때 국내외 전문가들은 앞으로 CSR이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고,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자는 18대, 19대 연이어 중소기업이 CSR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인연으로 여러 차례 CSR 관련 강연을 다녔다. 여기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CSR 프로그램과 CSR을 활용한 해외진출전략,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각 국가와 개별기업이 처해진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한 모델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대선가도에서 경제민주화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에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떡볶이, 콩나물을 만들어가면서 골목상권에 진출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필자는 강연에서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가 지금 우리시대 CSR의 핵심가치임을 강조해왔다.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에도 CSR은 필요하다. 필자의 개정안은 중소기업지원 관련 기관이나 단체를 ‘사회적 책임 경영지원센터’로 지정해 중소기업에 CSR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지원하면서 5년마다 한 번 CSR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CSR 실천이 우수한 중소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의 CSR 실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해외진출 전략과 관련해서는 최근 부상하는 공유가치창출을 적극 도입해 현지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 것을 조언해왔다. 우리 기업이 외국을 단지 생산기지와 상품 판매처로 여길 경우 이는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현지인들의 생존과 성장에 도움을 주면서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CSR은 아름다운 압박이고, 꼭 가야만 하는 길이다.

홍일표 국회의원 2008hi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