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융상품 '특허 경쟁' 불 붙었다
시중은행들이 직접 개발한 금융상품에 대해 경쟁적으로 특허출원을 내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이 이슈가 되면서 은행들도 향후 국내외에서 생길 수 있는 특허소송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로 고객들을 유인할 요인이 약해지자 고유한 상품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도 이유다.

○BM특허 급증

우리은행이 작년 7월 선보인 ‘매직7 정기적금’은 올 8월 말까지 불과 1년여 동안 계약액 기준으로 2조5759억원가량 판매된 히트상품이다. 월별 적금 불입액과 신용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기본금리(연 4.0%)에 최고 3.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돼 가입자들의 관심을 끈 덕분이다. 우리은행의 성공을 보고 다른 은행들이 비슷한 상품을 연구했지만 실패했다. 우리은행이 이 적금이 출시되기도 전인 지난해 6월 BM특허를 출원, 올 5월 정식 특허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1일 적금상품과 3D(3차원) 캐릭터를 접목한 신개념의 ‘KB 말하는 적금’을 출시하면서 BM특허 출원을 했다. 저축이 뜸하다 싶으면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의 동물모양 캐릭터가 ‘배고파요’라고 저축을 채근한다. 만기 때가 되면 ‘축하한다’는 격려 메시지도 보낸다.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터치하면 캐릭터가 반응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어 지금까지 1만2606좌가 판매됐다. 국민은행은 또 3일부터 KB국민카드의 카드포인트를 KB골드투자통장을 통해 골드상품에 투자할 수있는 ‘포인트리 골드전환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BM특허로 출원했다.

시중은행들이 출원하는 특허 종류는 주로 BM특허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금융상품을 정보기술(IT)과 결합한 것이 주종이다.

○애플-삼성 소송전에 경각심 높아져

은행들의 BM특허출원은 2011년부터 뚜렷한 증가세다. 2010년 51건에 머물렀던 BM특허출원 건수는 2011년 8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6월까지 48건이 신청됐다. 2011년 4월부터 시작된 삼성-애플 소송전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삼성-애플이나 코오롱-듀폰 분쟁에서 한국 대표 기업들도 국제 특허소송에 맥을 못 추는 것을 보고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허 등록이 은행연합회가 시행하고 있는 배타적 사용권의 대안으로 떠오른 점도 최근 주목받는 이유다. 은행연합회는 2001년부터 각 은행의 상품 아이디어에 대해 일정 기간 우선 판매권을 주는 배타적 사용권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법적구속력이 없는 데다 외국계 은행이나 타 업권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출원부터 20년 동안 권리를 인정받는 특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허를 침해받으면 특허법에 의거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허청의 BM특허 담당 이정재 사무관은 “외국의 금융전산 시스템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국내 시중은행의 BM특허에 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시중 4대 은행이 특허청에 출원한 BM특허는 2006년 14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 말 현재 누적 기준 1326건으로 늘어났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 BM특허

Business Method 혹은 Business Model 특허. 경영관리, 지불체계 방법, 마케팅 기법 등 산업 전반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혹은 운영 방법에 관한 특허다. 상품·서비스에 관한 아이디어와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이 함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