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유다 브호다 니옛. 브이스트로 우하지째.”(여기에 들어오면 안 된다. 빨리 나가라.)

지난달 2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30분 남짓 차를 타고 남쪽 끝 루스키 섬에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장소에 도착하자 군인들이 기자의 접근을 막았다. 정문 너머로 정상회담이 열리는 국제미디어센터(IMC)와 최고경영자(CEO) 서밋 건물이 보였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군인들은 “연해주 당국의 허가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27일부터 루스키 섬 진입이 전면 통제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늘 위로는 녹색 얼룩무늬의 군용 헬기가 상공을 날아다녔다.

정문 안쪽으로는 건설 인부와 직원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APEC 정상회의 공식 일정이 지난 2일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의 개막을 1주일 앞두고도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군인들에게 공사 일정에 대해 묻자 “러시아인들은 마지막에 뒷심을 보인다”는 농담섞인 반응이 돌아왔다.

루스키 섬은 이번 정상회의 개최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정상회의장 주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화력발전소가 들어섰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와 루스키 섬을 연결하는 3100m 길이의 연륙대교가 들어선 이후 유입되는 인구도 크게 늘었다. APEC 정상회의 건물로 쓰이는 각종 건물은 이후 극동연방대 캠퍼스로 이전 예정이다.

이양구 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는 “루스키 섬은 서울시 면적(605㎢)의 6분의 1 정도 되는 대형 섬”이라며 “연해주 정부도 이 섬을 관광특구와 테크노파크로 개발해 신도시로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섬 인근엔 시원하게 뻗어 있는 해안 도로와 별장이 눈에 띄였다. 이후 찾아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도 도로를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블라디보스토크=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