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의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올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없다’는 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견해를 밝히고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하겠다고 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것이 원인이다.

3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한전이 전력거래소와 발전 비용평가위원들을 상대로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감독 부처인 지식경제부가 김 사장을 엄중 경고하면서 경질 여부를 검토 중이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국내 최대 공기업 수장의 강제 해임이 실제 이뤄질 경우 전력업계는 물론 공기업 전체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한전은 지난달 29일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들이 전력구매 비용을 잘못 계산해 적자 구조가 악화됐다며 발전자회사에 지급하는 전력구매대금을 자체 감액하고, 손배 소송을 제기키로 결정했었다. 이에 지경부는 이튿날 “한전이 제기하는 소송이나 전력대금 감액 조치가 전력시장 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성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경질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한전이 감독 부처와의 별도 조율없이 정부기관을 상대로 거액의 손배 소송을 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경질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에 대립각을 세운다는 이유로 공기업 사장을 임기 도중에 해임할 경우 정치권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데다 정권 말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후임 사장 공모부터 최종 선임까지 최소 한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한전에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맞지만 사장 교체는 또 다른 얘기”라며 “경질 여부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