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발생 4일이 지났지만 전남 나주의 초등생 A양에게는 잔인한 성폭행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난달 31일 나주병원에서 1차 수술 후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을 때보다 호전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의료진은 물론 가족들을 피하고 어떤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던 A양은 조금씩이지만 가족들과 대화를 시작했고, 병실을 찾은 담당의료진이 던진 질문에도 짧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낯선 의료진엔 여전히 눈을 피해 눈물이 핑 돌았다”고 안타까워했다.

3일 언론브리핑에서 송은규 전남대 병원장은 “나주병원에서 직장 근육층과 주위 괄약근층 파열로 인한 인공항문(장루) 시술을 받은 후 2차적인 정신적 피해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어 소아정신과 치료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원장은 브리핑에 앞서 “환자와 환자가족들의 충격이 매우 커 병원에서도 조심스럽게 치료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A양의 주치의 주재균 교수(대장항문외과)는 “A양이 지난달 31일 오후 4시30분께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된 뒤 수술경과에는 아직까지 큰 이상이 없으나 수술 후 장내 가스가 배출되지 않아 물과 함께 영양수액제를 투입받고 있는 중”이라고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병원 측은 이날 저녁부터 수액과 물 외에 죽을 제공했다.

재수술 여부와 관련해선 “2차 수술계획은 없으나 1차 수술을 받은 회음부 봉합 부위가 감염 가능성이 높아 추후 감염증세가 보이면 재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외부로 노출돼 있는 A양의 장루 복원수술이 3~6개월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그때까지 A양은 정상적인 배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 교수는 “A양은 당시 외견상 안면부 좌측 볼에 물린 자국이 있고 등쪽으로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으며 목 부위는 초기에는 불그스레한 자국이 있었지만 현재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A양의 입원기간은 재수술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2주 정도로 예상했다.

A양의 병원치료비는 여성가족부가 전액 지원키로 했다. 여성부는 성폭행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치료비 500만원 외에 A양과 가족들의 심리치료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