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국민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새해 어디에 얼마나 쓰고 나라살림을 어떻게 꾸려갈지를 정하는 중요한 국회다. 주요 국정 현안들도 한둘이 아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등 야당들이나 예외없이 민생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야단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국회를 통해 단단히 표를 챙기려는 정당들이다.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고 의욕을 보일수록 더 불안하다. 오로지 12월 대선 승리를 겨냥한 정략과 구호들만 넘쳐나는 탓이다.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공세 같은 정치적 공방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당장 국회에서 쏟아져 나올 포퓰리즘 법안들이 문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나라와 국민을 구하겠다며 이른바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야단법석을 떠는 상황이다. 순환출자 규제를 통한 그룹 분리와 해체, 금산분리 강화, 소위 일감 몰아주기 기업에 대한 징벌적 규제 같은 대기업 때리기에다 부자증세, 노동법 개정과 비정규직 보호문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규제 추가, 전세 등 임대차보호기간 확대 등 이미 거론되는 법안만 해도 두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해 민주당의 입을 막으려 들고, 민주당은 선수를 뺏긴 것을 만회하려고 더 강한 공약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이런 여야간 경제민주화 경쟁이 이번 국회에서 얼마나 해괴한 반기업 반시장 법안들을 찍어낼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대선밖에 없다. 안팎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든 시장을 깨고 기업을 파괴하면 2040세대와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다. 표만 된다면 정치적 이념과 국회의원 개개인의 신조 같은 것은 문제도 아니고 영혼이라도 팔 기세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선동하는 포퓰리즘 법안들이 줄줄이 쏟아질 판이다. 뒷방과 뒷골목에서는 은밀한 거래가 성행할 것이다. 정치권이 정기국회에서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는 게 더 불안하다. 정치는 국민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국민은 정치가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