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주식선물 추가상장 추진
한국거래소가 2년 반 만에 주식선물 추가 상장을 추진한다. ‘개점휴업’ 상태인 주식옵션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련한다. 주식선물은 삼성전자 같은 주식을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매매하기로 정하는 거래고, 주식옵션은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파생상품이다.

○하반기 중 활성화 방안 마련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는 하반기 중 ‘주식선물·옵션 거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조만간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들과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계획안에 우선 주식선물 상장 종목 확대 방안을 담기로 했다. 현재 주식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25개다. 2009년 12월 GS건설 현대제철 대한항공 등이 추가상장된 후 2년 반 동안 상장이 없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후 시가총액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현대모비스 LG화학 삼성생명은 주식선물이 없어 투자자들이 헤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래소는 유통주식 수 1000만주, 소액주주 수 1만명 이상, 1년간 총 거래대금 5000억원 이상 등 ‘1차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회사 중에 주식선물 상장 종목을 결정한다.

○주식옵션 LP 도입 검토

주식옵션시장을 살릴 방법도 마련된다. 주식옵션은 33개 대형 종목이 상장돼 있지만 올해 거래량은 ‘0’계약이다.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다른 파생상품과 달리 유동성공급자(LP)가 없기 때문이다. LP를 맡아 호가를 내고 거래를 하려면 위험 분산을 위해 현물을 매매해야 한다. 현물 매매에 거래세가 붙기 때문에 선뜻 LP를 맡겠다고 나선 증권사가 없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가 상품을 직접 설계하는 ELW와 달리 주식옵션은 거래소가 관리하기 때문에 LP를 맡아달라고 강요할 수 없다”며 “LP를 유치하고 당근책을 주는 등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식선물·옵션 활성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주식선물의 경우 개인들의 헤지 거래 수요가 있는데 상장 종목이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종합지원부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현물거래의 위험을 분산한다는 측면에서 주식선물의 상장종목 확대는 꼭 필요하다”며 “업체들도 주식선물과 옵션 거래가 늘면 수익이 증대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종목 선정 방식 ‘개선’ 필요

거래소가 주식선물과 주식옵션의 추가상장 종목을 정하는 방식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래량 등 1차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최종 상장 종목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2009년 주식선물 추가상장 종목을 정할 때도 꼭 필요한 종목이 상장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며 “종목 선정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또 “개인들의 매매가 잦은 코스닥 우량 종목의 주식선물 상장도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스닥 종목의 주식선물 투자 수요가 많은지 의문”이라며 “시장 수요를 면밀히 살피고 금융당국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