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요트 등 레저용 선박과 세금은 아주 미묘한 관계다. 요트는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재화다. 그렇다고 사치품 범주에서 빼줄 수도 없다. 그래서 각국의 세무 당국은 보트세를 어떻게 매길지 항상 고심한다. 아버지 부시 시절 미국에서 보트를 둘러싼 세금 일화도 유명하다. 1993년 부시 대통령은 부자들에게 요트세를 부과했다. 보석과 같은 사치세의 하나로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요트 소유주들은 근처 조세피난처로 요트를 옮겼고 요트를 구매하지도 않았다. 세금이 부과된 다음 요트업체 30%가 도산하고 고용도 확 떨어졌다. 세수도 오히려 줄었다. 부시는 하는 수없이 2년 뒤 요트세를 폐지했다.
이탈리아가 지난주 보트와의 탈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마리오 몬티 총리가 규모에따라 세금을 달리 매기는 보트세를 신설하고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던 보트와 요트의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슈퍼부자들에게 인기가 높던 자르데니아섬에 헬리콥터가 뜨고 단속반들이 백사장에 깔렸다.
세계 1위의 보트와 요트 생산국 이탈리아다. 투스카나 해안에 줄지어 있는 요트 소유주들은 물론 세계 각지의 부호들이다. 이들의 절반 정도가 연간 소득을 2만6000달러로 신고한다고 한다. 보트세로 인해 3만척의 보트가 이탈리아를 떠나 근처에 있는 프랑스령 코르시카나 크로아티아를 안착지로 정하고 방향을 틀었다. 물론 올해 여름 해안가 상인들의 수입과 연료 매출이 각각 40% 떨어졌다고 한다. 이탈리아 당국은 보트들이 떠나면서 오히려 3억5000만달러의 세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보트를 타려고 오는 관광객들도 뚝 끊겼다.
몬티는 부시의 이야기를 잘 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에선 지하경제와 탈세를 줄이라고 채근한다. 몬티의 사면초가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