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비무장지대)는 전쟁으로 기억되는 대립과 갈등의 현장이지만 역설적으로 소통과 공존의 가능성을 지닌 곳입니다."

60여년 전 동족간의 잔인한 전쟁의 흔적으로 남은 DMZ에서 다큐멘터리를 통해 평화와 상생을 노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30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DMZ는 그 어떤 것보다도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다. DMZ에서 긴장과 아픔,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불통의 벽이 사라지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영화제의 흥행을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로 4회 째를 맞이하는 이 영화제는 다음달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간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점, 출판도시 메가박스 등 파주출판도시 일대에서 열린다. 경기도는 2009년 DMZ를 통해 평화 소통 생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영화제를 개최했다.

집행위원장인 조재현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은 "영화제를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국내에선 '과연 잘 될까' '도에서 이벤트성으로 하는 것은 아닐까' 등의 많은 불신이 있었다" 면서 "그러나 다큐멘터리 정신을 그대로 담은 작품을 상영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국내외 관계자들에게 점차 매력적인 영화제로 인식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AM을 홍보대사로 발탁해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정말 우수한 작품을 많이 출품했으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3회까지는 국내에 소개되지 못한 북미나 유럽지역의 우수작품을 발굴해 국내 관객에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4회 영화제는 '대중성 강화'에 역점을 뒀다. 영화 상영뿐 아니라 출판도시, 해이리 예술마을의 특성을 살려 사진전, 음악·책페스티벌, 자전거 행진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준비했다.

상영 영화는 작년 30개국 101편에서 36개국의 115편으로 확대됐다. 주제면에서도 기존 분쟁이나 전쟁에서 환경·노인문제, 입시경쟁, 성소수자 차별 등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남녀노소 누구나 다큐멘터리 장르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존 '아이와 함께 다큐를' 섹션에서 '다함께 다큐를(Docs for All)'로 변경했다. 한국 다큐멘터리의 해외진출 확대와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크로싱 보더' 마켓사업도 마련했다.

영화제는 개막작 '핑퐁'을 시작으로 경쟁부문(국제경쟁, 한국경쟁, 청소년경쟁)과 비경쟁부문으로 나뉘어 상영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핑퐁은 휴 하트포드 감독의 첫 극장용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80세에서 100세 사이 연령대로 구성된 8명의 노장 탁구선수들이 죽음을 앞두고 보여주는 불굴의 도전정신을 그렸다.

이번 영화제에 조직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김중만 사진작가는 "DMZ는 세상에서 유일한 곳으로 그 가치가 상당히 중요하다" 며 "반드시 보존돼야 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사진 프로젝트를 위해 직접 DMZ에 들어가 사진촬영을 하면서 살벌함이나 긴장감보다는 너무나 평온함을 느껴 놀랐다고 했다.

그는 "그렇지만 안보는 현실이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없으며 젊은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평화와 불통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지역의 영화제를 관심있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영화제의 홍보대사인 2AM의 멤버 조권은 "2AM은 음악으로 소통하는 4명이 모인 발라드 그룹이다. 무대 위에서 진정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희열을 느끼는 만큼 홍보대사로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제의 성과에 대해 김 지사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관객이 적어 언론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며 "최전방 접경지역의 특징을 잘 살려 지원을 아끼지 않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