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수백개를 만들어 불법 대부업체 등에 판매한 조직폭력배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직폭력배가 대포통장을 팔다 검거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유흥업소 등을 대상으로 벌이는 사업이 여의치 않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선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폭력조직 행동대원 조모씨(31) 등 6명을 구속하고 서모씨(31)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씨 등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50여개의 서류상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 명의로 540여개의 대포통장을 만들었다. 이들은 통장 한 개당 35만~100만원을 받고 비자금 조성용으로 일반 기업에 넘기거나 불법 대부업체, 인터넷 도박사이트 등에 판매해 1억70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대포통장을 만드는 데 조직적으로 업무를 분담했다. 조씨는 대포통장 개설과 판매 등 총책임을 맡았다. 이모씨(38) 등 2명은 서류상 회사를 설립, 법인 등기부등본과 인감도장 등을 만들었다. 김모씨(31)는 대포통장 개설을 위해 필요한 회사 대표 위임장과 재직 증명서 위조를 담당했다. 이들은 은행에 직접 찾아가 통장을 개설할 때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7만~10만원의 일당을 주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번에 붙잡힌 조씨 등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한 3개 조직에 속해 있는 행동대원으로 적발 가능성이 낮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대포통장 사업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