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가 지난 28일 전태일재단 방문 무산과 과거사 인식에 대한 당내 비판이 일며 일단 제동이 걸렸다.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 행보의 출발점으로 `과거사 해소'를 설정하고 고(故)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로 민주화 세력을 향해 한걸음 다가서는 데는 일정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8일 전태일재단 방문 무산을 놓고 야당의 비판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반응이 엇갈리면서 박 후보가 향후 화합 행보의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유기준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태일재단 방문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산업화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시대 고통을 겪은 분들을 위로 하기 위한 것"이라며 "박 후보는 보수정당이 감싸 안지 못한 현대사의 아픔을 보듬고자 노력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이재오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내가 찾아가고 내가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박 후보의 전태일재단 방문 무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데 박 후보의 향후 국민대통합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 후보의 5ㆍ16 쿠데타에 대한 인식과 정수장학회 문제, 나아가 유신 시절 대표적 공안사건인 인혁당 사건과 장준하 선생 의문사 등도 `과거사 털기'에 나선 박 후보의 난제로 꼽힌다.

여기에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한 홍사덕 전 의원이 전날 기자들과 만나 "1972년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보다 수출 100억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며 "유신이 없었으면 100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과거사 논쟁의 불씨를 당긴 모양새다.

정몽준 전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10월 유신이 경제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크게 실망"이라며 "유신의 논리란 먹고사는 것은 권력이 해결해줄 테니 정치는 필요없다는 것...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박 후보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비박그룹과의 갈등의 불씨가 다시 지펴지는 모양새다.

또한 박 후보의 최근 행보가 `일방통행'으로 간주되면서 박 후보가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회동을 시작으로 물꼬를 틀 것으로 보였던 당내 화합행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과거사 털기'에 대한 박 후보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지속적인 파격 행보를 통해 당 안팎의 비판을 정면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다음 정부를 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쌍용차와 용산참사 희생자를) 방문할지 안할지 모르지만 가능하면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정치쇄신특위의 이상돈 위원은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박 후보가 유족을 빨리 방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동시에 김종인 위원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한 것처럼 노동 분야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시 등을 통해 산업화시대의 그늘진 곳을 포용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5선 의원인 남경필 의원은 박 후보의 전태일재단 방문 무산에 대해 "안한 것보다는 낫지만 아쉬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상대방과 충분히 소통한 뒤 갔어야 하고 1회성 행사가 아니라 그런 문제가 일어난 사회구조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정책으로 연결시킬 때 100%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