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의 한 장면. 여우가 포도밭에서 넝쿨 위의 포도를 바라보고 있다. 며칠 굶은 탓에 돌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인데, 마침 포도가 보이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따먹고 싶다. 그런데 너무 높아 따기가 쉽지 않다. 폴짝폴짝 뛰어보지만 닿지 않는다. 한참을 뛰던 여우는 지쳐 돌아서면서 말한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

이솝이 말한 여우의 행동을 20세기에 들어서 한 학자가 설명했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여우의 상황을 ‘인지부조화’로 설명했다. 인지부조화는 내면의 마음가짐과 외부에 드러난 행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포도가 먹고 싶지만, 먹을 수 없어 돌아서야 하는 여우의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지부조화에 빠진 사람들은 스스로 불편해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각이나 행동 둘 중 하나를 바꿀 수밖에 없다. 여우가 ‘포도가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바꿔서라도 돌아서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경향은 직장 면담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상반기가 다 지나가는 시점에 성과가 부진한 직원과 면담하는 상사를 생각해 보자. 상사의 대부분은 질책을 하게 될 것이다. “상반기 실적이 왜 이 모양인가. 자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라는 식으로 부하직원을 대하기 쉽다. 부하직원은 이런 상황에서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거나, “저의 잘못은 아닙니다”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특히 상사가 다혈질인 경우에는 이런 대답은 직장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책을 받은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하게 될까. 부하직원이 상사의 질책을 사실로 인정한다면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극단적으로 그는 더 이상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고자, 어차피 자신은 무능력자니까 자신의 생각에 일치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만일 상사의 질책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부하직원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상사에게 화살을 돌린다. 앞으로의 성과가 잘못돼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상사가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남들이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면 자신의 잘못이라고 해도 그대로 인정하기 힘들다. 오히려 상대방이 나를 잘 모르고 자기 마음대로 판단한다고 잘못을 떠넘기기 쉽다.

결과적으로 상사들에게는 성과에 대한 면담은 어려운 문제다. 질책하면 부하직원이 상사의 질책을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질책하지 않고 대충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성과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잘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사는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으려는 경향을 오히려 이용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남의 탓을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나 말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조차 고쳐 일치시키려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부하직원 스스로 방안을 말하고,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먼저 목표와 상반기 실적만을 말하라. 그리고 부하직원의 의견을 물어라. 여기에서 잘못했다고 말하는 부하직원도 있지만, 변명을 말하는 부하직원도 있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변명을 참지 못하고 부하직원의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잘못을 말하면서 감정에 치우쳐 질책을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부하직원의 말을 모두 듣고 난 뒤에 상사로서 어떤 점들을 도와주면 부하직원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물어라. 이렇게 부하직원이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약속을 한다면, 인지부조화가 생기지 않도록 자신의 말이 행동과 일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방법은 모든 코칭에서 추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사의 질책이 부하직원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인지부조화를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코칭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라. 사람은 어떻게든 인지부조화를 피하려고 한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