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부산 우동 수영만요트경기장 내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이곳에 들어서니 우주정거장처럼 둥근 형태의 나무로 만든 연구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현석 영화감독이 이달 말까지 완성할 ‘AM 11-00’을 찍느라 카메라와 조명, 녹음장비들이 연구실 내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필 부산영상위원회 제작지원팀장은 “부산에서 경치나 위치가 좋은 곳은 1년 내내 영화를 찍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한류붐 덕에 해외에서 촬영하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영화를 찍으면 성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영상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 영상물은 35편이다. 편수로는 지난해 33편보다 2편 늘었고 촬영 일수도 같은 기간 292일에서 384일로 92일 길어졌다. 지난해 한 편도 없던 외국 영화사의 촬영도 인도네시아와 중국 일본에서 5편을 찍었다. 연말까지 2편을 더 찍을 예정이다. 해외 영화사들은 한국을 무대로 영화를 찍어 한류마케팅으로 이용하기 위해 부산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영상위 관계자는 “영화 관계자들이 연간 숙박업체와 음식점 등에 쓰는 돈만 100억원에 이른다”며 “영화 제작으로 부산이 국내외에 국제관광지로 소개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부산에서 촬영된 영화마다 ‘흥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개봉돼 4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 ‘연가시’ 등이 있다. 특히 지난해 촬영한 ‘도둑들’은 1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부산에서 영화 촬영이 늘고 있는 것은 산과 강, 바다를 함께 가진 도시인 데다 현대와 근대의 모습을 두루 갖춰 다양한 모습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산영상위가 촬영공간을 찾아주고 행정허가를 받아주며, 편의시설을 신속하게 지원해주고 있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부산을 국제영화제와 영화 촬영 도시로 세계에 알릴 것”이라며 “영화펀드, 스태프 숙소 등 영화제작 환경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