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으로 떠들썩하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수년 전부터 특허와 관련한 사건과 소송이 심심치 않게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특허제도는 변호사들에게만 좋은 것이라고 비난까지 받는다.

특허는 지식재산권에 포함된다. 지식재산권은 발명, 상표, 디자인, 문학, 음악, 미술 등에서의 새로운 생각을 재산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 어떤 물건을 소유하면 이를 배타적으로 이용하고 사고팔 수 있듯이 새로운 생각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소유를 보장하는 것이 지식재산권이다.

그러나 물건을 소유하면 그 물건 하나를 소유하는 데에 그치지만 새로운 생각을 소유하면 그 생각으로 만들 수 있는 물건들에 대한 권리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 즉, 지식재산권을 가진 사람은 그가 만든 물건의 독점적 공급자가 될 수 있다. 독점시장의 특징을 상기해 보자. 독점적 공급자는 완전경쟁시장에 비해 물건을 적게 만들어 더 높은 가격에 팔기 때문에 사회에 해를 끼친다. 지식재산권의 보유자 역시 독점의 폐해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재산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독점의 폐해를 상쇄할 만한 공익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첫째 공익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면 발명이나 창작 등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데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생각을 해내기는 어렵지만 일단 공개된 생각을 모방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누군가 뛰어난 발명품을 만들어도 만약 지식재산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면 너도나도 모방품을 만들 것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적을 것이다. 발명이나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결과물에 대한 편익을 배타적으로 누릴 수 있어 기꺼이 새로운 생각에 골몰하도록 하는 것이 지식재산권 인정의 중요한 근거다.

둘째 공익은 새로운 생각의 긍정적인 파급효과다. 새로운 생각에 착안하여 다른 사람들이 더욱 새로운 생각들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발명가가 특허를 통해 독점의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움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세세한 내용을 밝히게 된다. 지식재산권 인정의 또 다른 근거는 새로운 생각들이 공개되도록 유도하여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특허제도 등이 존재하기 이전의 경제에서는 장인이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을 도제식으로 전수했다면 이제는 발명가가 자발적으로 기술을 공개하게 된 것이다. 물론 코카콜라처럼 코크 제조법에 대해 특허를 받지 않고 극비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제조법을 공개하고 특허가 침해되고 있지는 않은지 전전긍긍하느니 보안에 신경 쓰겠다는 것이리라.

지식재산권 인정에 충분한 근거가 있더라도 독점의 폐해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그래서 지식재산의 권리는 인정 기간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처럼 조변석개하는 분야에서는 특허 기간이 무색하다. 특허로 독점이 유지되는 동안 이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쓰는 스마트폰 가격에는 특허에 대한 대가도 있으리라. 소비자의 부담 이상으로 공익이 발생하고 있기를 바란다.

<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