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스페인 경제, 전면 구제금융 못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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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예금 유출액 105조원
1년새 은행 잔액 11% 줄어
성장률도 3분기째 뒷걸음
1년새 은행 잔액 11% 줄어
성장률도 3분기째 뒷걸음
스페인 경제에 연이어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스페인 은행의 월간 예금 유출액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경제성장률은 3분기 연속 뒷걸음쳤다. 다음달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스페인은 국가 차원의 전면적 구제금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자금 유출 가속화
ECB가 28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스페인 은행권에서는 전체 예금액의 5%인 740억유로(약 105조원)가 빠져나갔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월간으로 가장 큰 액수다. 지난 1년간 스페인 은행 잔액의 10.9%가 사라졌다. 현재 잔액은 약 1조5090억유로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페인 은행권 상황은 다른 재정위기 국가들보다도 심각하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은행의 7월 잔액은 전달 대비 소폭 상승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큰 변화가 없었다. 투자자들이 스페인의 미래를 그리스나 포르투갈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스페인 정부 관계자는 “펀드 만기와 세금 납부 시즌이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자금 이탈이 늘어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자금 유출은 전체 예금액의 1.5% 수준이었다.
줄리언 캘로 바클레이즈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예금 이탈 속도가 분명히 빨라졌고 그만큼 스페인 은행들의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매입 없으면 전면 구제금융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스페인 통계청은 이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0.3%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연속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소비지출이 전 분기 대비 1% 이상 줄어들며 발목을 잡았다. 정부의 긴축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페르난도 히메네스 라토레 재무차관은 “올해 하반기 최악의 경기침체가 몰아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ECB가 이날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이 갖고 있는 자국 국채 규모는 7월 76억유로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은행들이 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에서 빌린 돈으로 산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CB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LTRO를 통해 스페인에 3150억유로를 빌려줬다. 이 돈의 대부분은 자국 국채 매입에 쓰였다. 은행들이 국채를 다시 시장에 풀면 국채 금리는 높아지고 스페인의 자금 조달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ECB가 다음달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 매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스페인은 전면 구제금융을 피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외무차관 출신의 외르크 아스무센 ECB 집행위원은 “유로화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FT는 ECB 관계자들을 인용, “국채 매입 재개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은행권 자금 유출 가속화
ECB가 28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스페인 은행권에서는 전체 예금액의 5%인 740억유로(약 105조원)가 빠져나갔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월간으로 가장 큰 액수다. 지난 1년간 스페인 은행 잔액의 10.9%가 사라졌다. 현재 잔액은 약 1조5090억유로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페인 은행권 상황은 다른 재정위기 국가들보다도 심각하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은행의 7월 잔액은 전달 대비 소폭 상승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큰 변화가 없었다. 투자자들이 스페인의 미래를 그리스나 포르투갈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스페인 정부 관계자는 “펀드 만기와 세금 납부 시즌이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자금 이탈이 늘어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자금 유출은 전체 예금액의 1.5% 수준이었다.
줄리언 캘로 바클레이즈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예금 이탈 속도가 분명히 빨라졌고 그만큼 스페인 은행들의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매입 없으면 전면 구제금융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스페인 통계청은 이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0.3%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연속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소비지출이 전 분기 대비 1% 이상 줄어들며 발목을 잡았다. 정부의 긴축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페르난도 히메네스 라토레 재무차관은 “올해 하반기 최악의 경기침체가 몰아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ECB가 이날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이 갖고 있는 자국 국채 규모는 7월 76억유로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은행들이 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에서 빌린 돈으로 산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CB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LTRO를 통해 스페인에 3150억유로를 빌려줬다. 이 돈의 대부분은 자국 국채 매입에 쓰였다. 은행들이 국채를 다시 시장에 풀면 국채 금리는 높아지고 스페인의 자금 조달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ECB가 다음달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 매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스페인은 전면 구제금융을 피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외무차관 출신의 외르크 아스무센 ECB 집행위원은 “유로화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FT는 ECB 관계자들을 인용, “국채 매입 재개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