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 김정은 체제와 관련, “스타일 변화가 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현재로선 우리와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가 몇 차례 만나 ‘그랜드 바겐(핵개발 포기를 전제로 전폭적 지원 약속)’ 등을 논의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최근 북한은 우리와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계속 대화를 피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7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박의춘 북한 외무상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일부러 기자들을 피해 조용한 곳에서 인사하려 했더니 박 외무상이 외면하고 그냥 가버렸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남북간 6자회담 수석대표가 미국에 갔을 때 같은 층에 마주보는 호텔방을 배정받자 북측에서 ‘방을 바꿔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남측에서) 12월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른 통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김정은이 북한을 변화로 이끌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 김 장관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최근 경제 관리 개선을 위한 ‘6·28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달 6일에는 모란봉악단 공연에 미국 문화의 상징인 ‘미키 마우스’가 등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새 지도부 체제 아래에서 개혁·개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장관은 “민생경제를 강조하고 대외 접촉을 늘리는 등 북한의 행보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인정했다. 다만 “아직 김정일이 주장한 선군정치(군대가 국가의 기본이라는 정치사상)를 포기하지는 않았다”며 “개혁·개방까지 이어지길 기대하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정토론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천안함 사태에 따른) 우리의 5·24(대북 제재) 조치를 없애라는 것은 아니다. 제재 내용을 좀 더 완화해 한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차원에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개혁도 우리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협력·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장관은 “북한과 협력하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북한이 경제에서만 남한과 협력하고 정치, 군사 문제는 미국과 대화한다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