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그러나 우리는 운명의 끝을 향해 달리는 유한한 존재임을 잊고 지낸다. ‘우리들이 하루하루 산다’는 의미는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울산불교방송의 황경환 대표는 “각자의 마음 속에 ‘선함’을 간직하고 개인의 행동이 곧 이웃을 위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주IC휴게소 2층에 위치한 황 대표의 사무실은 고풍스러우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다. 같이 공부하는 도반(불법을 공부하는 동료를 지칭)들과 함께 이곳에서 토론을 벌인다는 그는 기업 경영을 해 왔지만 마음 한 편에는 늘 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부친은 9살밖에 안 된 어린 아들에게 “너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 존재다. 삶과 죽음의 본질을 알기 위해 나중에 네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불교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아버지의 당부는 황 대표의 머릿속에 각인돼 삶의 화두가 됐다. 그래서 그의 청년기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의 시기였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과연 살기 위한 삶인지 죽기 위한 삶인지에 대해 번뇌할 만큼 조숙했다.
30여년 동안 유류업과 유조선 사업을 해온 그는 불교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0년 이후에는 번창하던 사업들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경영에만 관여했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불교 공부에 매진했다. 동국대에서 신라불교의 윤리적 성격에 대해 공부하며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반야심경 해석》《‘불교는 깨달음의 과학》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본격적인 불교 공부는 15년 전 초기불전을 접하면서부터였다. 시간과 공간 안에서 태어나는 모든 존재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반드시 사라진다. 여기서 나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불교 이론은 그에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스왈츠 쉴드의 빅뱅이론보다 더 흥미롭고 과학적인 것이었다.
불교를 공부한다는 의미는 첫째도 둘째도 착한 인간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불교 교리의 핵심인 정견(正見)을 이해하고 실천해 의식이 좀 더 좋아지는 인간으로 변화해가는 것이다. 황 대표가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는 사람은 김사철 박사다. 그는 미국 휴즈사에서 21년간 원로과학자로 활동했던 최첨단과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빠알리경전(스리랑카와 미얀마 타일랜드 등 남방 상좌부 불교성전 의 문헌)에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황 대표는 불교공부를 하면서 잠시 슬럼프에 빠졌을때 김사철 박사와 운명처럼 만나 인생의 멘토로 삼았다.
황 대표가 현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삶에 있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내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운 은혜와 더불어 자연의 혜택이 있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은혜를 입으면서 감사를 모르는 것은 불행한 삶이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정도(正道)가 아니면 가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불교에는 카르마의 법칙(원인과 조건이 결합한 결과)이 있고. 과학 역시 우주의 모든 존재는 어떠한 원인과 조건은 반드시 그러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 있다. 선한 일을 하면 선한 결과를 얻고, 악한 일을 하면 악한 결과를 부르게 된다는 말이다.
황경환 대표는 “우주 역시 내가 착한 일을 하면 기뻐하고 나쁜 일을 하면 싫어한다”고 말한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