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장들이 어제 간담회를 갖고 기업 규제 완화를 또다시 정부에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구체적으로는 1960~70년대 조성된 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증설 지원과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산업용 전기요금·법인세율 인상 억제, 수출지원금융 확대 등 97건의 정책 과제를 건의했다고 한다. 경제단체장들의 호소와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이 정부에 건의한 것만 34회,대한상의도 15회나 된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포함해 기업 세액공제, 전기요금 등 정부의 온갖 규제와 장벽을 완화해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읍소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공정거래와 동반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비롯 일감 몰아주기 과세, 원가공개 등 갖가지 규제들을 무차별로 내놓았다. 정치권은 한술 더뜨는 상황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명분 아래 A급 태풍처럼 대기업을 할퀴고 정치의 제물로 삼고 있다. 출자총액 제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등을 거론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제도적으로 파괴하자는 것이다. 선거에서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정치논리가 무조건적 기업 때리기로 변질되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온갖 리스크를 걸머지고 악전 고투하는 국내 기업들이다. 극단적인 노동투쟁은 여전하고 원자재 부담은 갈수록 높아진다. 각국의 보호주의 파고도 높아지고 있어 해외 수출도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마저 왕따를 시키고 기업을 벌주려 하는 내우외환의 국면이다. 국내 투자가 줄어드는 반면 해외투자는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8.2%나 늘어났다. 2010년 이후 지난 21일까지 2년8개월 동안의 해외투자 금액이 35조원이다. 산업공동화 우려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성벽이 무너지고 부서진 기왓장만 풀섶을 나뒹굴 때 경제 단체장들의 읍소는 기억이라도 될 것인지. 정치는 기업가들의 거듭된 호소를 흘려듣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