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위한 에세이를 후속작으로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는 관문을 지나고 있는 사회 초년생을 격려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리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우리 사회에 위로와 힐링 열풍을 불러온 원조 멘토 김난도 서울대 교수(사진)는 27일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오우아)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 번을…》은 청춘의 시기를 지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어른아이’들을 위한 에세이집.

김 교수는 이번 신간에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던진다. 전작에서 20대에 모든 걸 다 이루려고 조급해하는 청춘에게 ‘멀리 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면, 이번엔 사회 초년생들에게 ‘성장하라’고 응원한다.

“돈, 명예보다 ‘자신이 최대한의 나로 성장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라는 얘기예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제자가 찾아오면 그 조직에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라고 조언해요. 자신이 성장한다면 돈, 명예와 같은 가치들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도 ‘자신의 성장’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집중했다는 게 공통점이에요.”

김 교수는 “마라톤 같은 취미가 큰 만족을 주는 건 자신의 성장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식도, 네트워크도 부족한 밑바닥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회 초년생들이 이 책을 읽으며 ‘더 나은 내가 되겠다는 성장의 결의’를 다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적 현상을 ‘고민의 유예’로 진단했다. 사춘기 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치열한 입시 때문에 대학 시절로 미루고, 대학생 때 끝냈어야 할 고민을 취업난 때문에 입사 후에 한다는 것. 이로 인해 취업난에도 이직률은 더 높아지고 결혼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판계와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멘토 열풍’이 그런 고민을 혼자 해결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그런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책은 다른 매체와 달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백’ 또한 선물한다”며 “독자가 여러 가지 조언을 주는 책을 집어드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 생각하는 적극적 선택”이라고 했다.

전작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중국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7주 동안 종합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탈리아 네덜란드 태국 베트남 등에서도 출간됐거나 곧 나올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놀랍다”면서도 “‘미래의 젊은 세대 몫을 미리 당겨 쓰는 것’에 대한 전 세계적·시대적 문제의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인 소비자학도 열심이다. 매년 출간해온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11월 내놓기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고, 이 책의 중국판 《트렌드 차이나》를 위해 평범한 중국인의 집을 찾아 냉장고까지 뒤지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책이 얼마나 팔리고 어떤 평가를 받든 스스로 완성도 높은 책을 위해 노력했다고 답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지금도 우리말 단어장을 가지고 다니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전작을 깎아먹지 않는 수준일 때만 책을 내겠다는 생각입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