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C증권 제갈걸 사장의 '역발상 경영'…"불황일수록 지점 늘리고 인력 투자"
HMC투자증권(사장 제갈걸·사진)이 ‘역발상 경영’을 펴고 있다. 증권업계가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지점을 줄이는 다른 증권사와 대조적으로 지점과 직원 수를 늘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무 확대 등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창출하고 있는 점이 바탕이 되고 있다.

○투자 늘려 위기를 기회로

HMC투자증권은 27일 울산 중앙지점을 개설했다. HMC투자증권의 51번째 지점이자 울산 내 5번째 지점이다. HMC투자증권은 중앙지점을 통해 울산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중구 지역 고객을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1월 창원 중앙지점, 5월 광명지점을 개설하는 등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지점을 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지점 19개를 통·폐합하고 일부 증권사는 소매영업 점포를 아예 없애는 등 증권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라 영업망을 확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HMC투자증권은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지점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인력 확보와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HMC투자증권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임직원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HMC증권 제갈걸 사장의 '역발상 경영'…"불황일수록 지점 늘리고 인력 투자"
HMC투자증권의 역발상 경영은 현대카드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으로 2003년 카드 사태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제갈걸 사장의 경영철학에서 나왔다는 후문이다. 당시 다른 카드사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내핍 경영’을 펼쳤다. 하지만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는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마케팅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제갈 사장은 울산 중앙지점 개설 행사에서 “불황기에 투자를 늘리고 호황기에는 위험에 대비한다는 경영원칙을 갖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B부문 수익 38% 증가

HMC투자증권이 불황기에도 투자를 늘리는 경영을 펼 수 있는 데는 탄탄한 성장세가 바탕이 됐다. 이 회사의 자산 규모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첫해인 2008년 3월 말 4367억원에서 지난 3월 말 3조6358억원으로 4년 만에 8배 증가했다. 2008년 14개에 불과했던 지점 수는 51개로 늘었다. 직원 수도 300명에서 1000여명으로 불어났다.

HMC투자증권은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4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 분기보다는 36.5% 줄었지만 증권사 경영 환경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이 실적을 집계한 42개 국내 증권사 중 16개 증권사가 지난 1분기 적자를 냈다.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구조화금융과 부동산 관련 컨설팅 등 IB 부문에서 특화된 시장을 개척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것이 선방의 요인으로 꼽힌다. HMC투자증권의 1분기 IB부문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38.1% 늘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