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41년 만에 금(金)본위제로의 복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안팎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본위제란 화폐가치를 금 일정량의 가치로 고정시켜 금 보유액만큼만 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1971년 폐지됐다. 공화당은 정부 내에 금본위제 복귀를 검토할 위원회 설치, 중앙은행(Fed) 감사 실시 등을 포함한 정강정책 초안을 28~30일 전당대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돈이 살포돼 달러가치가 추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물론 금본위제 부활 주장에는 오바마 정부를 견제하고 보수층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 금본위제로 돌아가려면 엄청난 금이 필요한 데다 금값이 지난 10년 새 5배나 뛰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금본위제 목적이 화폐의 타락을 막자는 것임을 상기할 때 정치적 견해를 떠나 그 정신만큼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금리조절을 통한 기존 통화정책은 무력화됐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이 직면한 딜레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 양적완화에다 4년째 비정상적인 제로금리(0~0.25%)로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그 결과 국가채무가 16조달러에 육박해 채무한도(16조4000억달러)의 턱밑까지 찼음에도 3차 양적완화 요구가 드높다. 올해 말로 경기부양책의 시한이 끝나면 내년에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떨어져 심각한 침체가 올 것이라고 미 의회예산국은 경고한다.

미국 금리·재정정책이 뒤죽박죽 돼버린 것은 돈을 풀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낡은 케인스식 도그마를 맹종한 결과다. 들불 번지듯 위기에 위기가 꼬리를 무는 구조다. 그러고도 달러가치가 유지되는 것은 유로 엔 등이 동반 추락해 빚어진 착시일 뿐이다. 세계 모든 통화의 가치가 달러와의 교환비율에 따라 결정되는 달러 본위제 세상에서 달러 폭락이란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이고 사니 이런 모순도 없다. 오죽하면 먼지가 켜켜이 쌓인 금본위제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눈길을 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