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만 65세만 넘으면 누구나 무료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메디케어’란 이름의 이 복지 정책은 1965년 도입돼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4000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연간 예산 소요액은 약 7000억달러다. 미 정부 예산의 거의 17%에 달하는 수준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다 한 술 더 떠 2014년부터 모든 미국 국민이 건강보험에 강제 가입하도록 메디케어 범위를 확대시켰다. 이게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바마 케어’의 핵심 내용이다.

문제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뒤에는 기존 메디케어의 수혜자만도 지금의 2배인 8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케어의 문제는 비단 재정에만 있지 않다. 의료서비스가 무료이기 때문에 조금만 아파도 의사를 찾아가게 된다. 의사들 역시 극심한 의료 소송에 대처하기 위해 불필요한 검진을 남발한다. 이에 따른 비용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최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폴 라이언의 ‘바우처 프로그램’이다. 이는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일정 현금을 지급해 그 돈으로 민간 의료보험을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물론 보험을 사고 남는 돈은 개인이 가질 수 있다. 바우처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해마다 금액 조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보험회사는 수익과 직결된 보험금 지급을 줄이고자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게 된다. 자연스럽게 도덕적 해이를 줄여 전체 의료비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바우처 프로그램의 취지다.

물론 이렇게 되면 비싼 보험을 구매할 수 있는 부자들과 보장성이 낮은 값싼 보험을 들어야 하는 저소득층 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때문에 라이언은 가난한 계층이나 건강상 문제가 있는 일부 노인에 한해 특별 바우처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단순히 비용 절감에만 있지 않다. 정부가 강제 의료보험 시스템을 운영하기보다 소비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건강보험 플랜을 짤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이미 ‘오바마 케어’를 무효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대신할 제도로 ‘라이언 케어’가 나온 것이다. 미국 국민들이 과연 이 같은 수정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결국 대선에서 결판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행 메디케어 시스템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 역시 공화당의 바우처 프로그램을 한번 연구해 보는 것이 어떠한가.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한국경제신문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