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주장한 특허 침해 디자인 등 7건 중 6건 인정
'프랜드' 조항 다르게 해석…삼성 배심원 평결 이의제기
○‘10억5000만달러 대 0’
미국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에 ‘완패’를 선언했다.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특허를 침해했고 10억4939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평의 시작 3일째인 이날 토론을 종결하고 최종 평결을 했다.
배심원단은 삼성이 △바운스백(화면을 맨 아래까지 내리면 다시 튕겨져 화면의 끝을 알려주는 기술) △핀치 투 줌(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술) 등 애플의 상용 특허 3개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디자인 특허 네 가지 중 스마트폰의 둥근 직사각형 모서리 디자인 등 세 가지를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분할 전송된 데이터를 구분하는 기술 등 삼성의 통신특허 두 개와 상용 특허 세 가지 등 삼성이 애플로부터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 다섯 가지는 모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삼성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은 0원인 셈이다. 애플과 삼성은 각각 상대방에 27억달러, 4억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었다.
○한국과 다른 평결
한국 법원은 애플 제품의 디자인에 독창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LG프라다폰이나 소니 등 이미 알려진 디자인인데다 스마트폰 디자인에 새롭게 응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없다고 판단했다. 스마트폰 디자인은 애플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 배심원단은 달랐다. 소니 등 다른 제품들과 애플 제품에 유사한 점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았다. ‘한눈에 봤을 때’ 애플 제품만이 주는 느낌에도 독특한 지식재산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통신특허 침해에 대한 해석도 정반대였다. 미국 배심원들은 삼성의 표준특허를 평가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 자체를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한국법원은 이를 인정하고 아이폰3GS 아이폰4 등에 대한 판매금지를 명령했다.
○평결 뒤집힐 가능성도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서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판사의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법절차의 특성상 1심에서는 평결과 비슷한 판결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드물게 배심원단 평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 스마트폰 블랙베리의 제조사 리서치인모션(RIM)은 지난 7월 엠포메이션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을 받았지만 판사는 ‘RIM은 손해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도 배심원 평결을 뒤집기 위해 ‘배심원평결 이의제기 절차(JMOL)’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판사의 판결이 나온 뒤에는 상급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한편 애플이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을 비롯한 모바일기기에 대한 영구 판매금지 처분을 신청한 사건에 대한 미국 법원의 심리는 다음달 20일 시작될 예정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