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묻지마 범죄’ 때문에 어수선하다. 얼마 전에는 여의도 국회 바로 앞 대로에서도 칼부림이 일어났다. 점심식사를 하고 자주 걸어오던 바로 그 길목이어서 개인적으로 더 충격적이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미국 뉴욕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50대 남자가 해고에 불만을 품고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댄 모양이다. 이런 소식들이 들리다 보니 마음이 어수선하고 편치가 않다. 예상할 수 없는 폭력이 언제 나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을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기사에 의하면 여의도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는 지난 7년 동안 회사 4군데를 2년씩 비정규직으로 거치면서 채권 회수 업무를 주로 해왔다고 한다. 성과급 중심 급여체계로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힘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법 규정을 피하기 위해 2년이면 잘려야 하는 불안한 고용. 결국 고시원 생활에 전 재산이 4200원이었다는 가해자는 절망적인 자신의 삶을 극단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끝장을 보려 한 것이다. 물론 이런 배경이 가해자를 옹호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회 불안과 혼란을 야기한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희망이 사라진 사회, 취약한 사회안전망 구조가 있다.

내가 20대 후반일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사업체가 갑자기 부도가 나면서 어머니가 보험외판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나는 학습지교사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계속되는 빚 독촉 속에서 비정규직에 불규칙한 급여로 근근이 이어가는 불안정한 생활, 게다가 대학생과 고등학생이던 두 동생에 대한 걱정에 아버지를 원망하고 세상을 탓하면서 어머니랑 울곤했다. ‘아버지 사업이 망했다고 가족 구성원이 이리도 나락으로 떨어지는구나’ 하고 고생하던 어머니. 결국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한 어머니는 그때 얻은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래도 그 시절 우리 가족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행복해지리라.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게 가능했다. 15년여가 지난 지금 세상은 더 힘들어졌다.

나는 국회에서 다른 의원들과 ‘공정경쟁과 사회안전망 포럼’이라는 이름의 연구단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이 삶의 희망을 가지려면 공정경쟁과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만든 연구단체다. 공정사회 실현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 광범위한 복지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서 미래의 불안을 해소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다. 비정규직, 노인, 장애인, 영세자영업자 등 셀 수 없이 많은 상대적 약자들을 위한 입법은 단순히 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함께 사는 사회, 바로 우리 모두의 안녕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