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펀드 투자 규모가 3년8개월 만에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신흥국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급증했던 수탁고(설정액)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환매 행진에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2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주식펀드 설정액은 지난 23일 기준 28조9418억원으로 2008년 말 56조9663억원에 비해 28조245억원(50.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은 중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의 주가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51조9000억원, 5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9년 52조5000억원으로 감소한 해외주식펀드 설정액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전개된 2010년과 2011년 각각 41조4000억원, 32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유형별로는 중국 등 신흥국에 투자한 펀드에서 순유출이 가장 많았다. 글로벌 신흥국 주식에서 2008년 말 이후 9조1000억원이 빠져나갔고, 중국주식에서 7조400억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주식에서 3조1000억원이 유출됐다.

같은 기간 순유입이 나타난 펀드는 기초소재업종과 북미주식, 러시아주식으로 각각 2000억~3000억원의 소규모 유입에 그쳤다.

부침이 심한 신흥국펀드의 비중이 높다 보니 해외주식펀드(ETF 제외)의 수익률도 저조한 상황이다. 운용자산 10억원 이상의 해외주식펀드의 2007년 말부터 현재까지의 5년간 수익률은 -19.41%을 기록했다. 지난 1년, 2년간의 수익률도 -1.79%, -9.36%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 증시는 미국과 한국을 제외하고는 4~5년 전 형성했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머징 증시인 중국 상하이A지수는 2007년 말 대비 60% 하락했고, 베트남 호찌민 지수와 러시아 RTSI지수,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56%, 38%, 28% 떨어졌다.

아울러 국내외채권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데 비춰 해외주식펀드에서 빠진 자금은 국내주식펀드로 돌아오기보다 '중위험' 상품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채권펀드에는 2009년 4000억원, 2010년 2조3000억원, 2011년 1000억원이 유입됐고, 올해 들어서도 6000억원 가까이 자금이 들어왔다. 자문형랩 잔고도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나 작년 5월 말 최대 9조1824억원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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