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제주에서 먼저 웃었다. 이날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첫 대선 순회경선 결과 문 후보가 1만2023표(59.81%)를 얻으며 나머지 후보를 크게 이겼다. 손학규 후보는 4170표(20.74%), 김두관 후보는 2944표(14.65%), 정세균 후보는 965표(4.8%)를 득표했다.

제주 경선 선거인단 3만6329명 가운데 2만102명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투표율은 55.33%에 그쳤다.

문 후보는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직이 아무래도 열세이기 때문에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는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았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경선 결과가 전체 경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후보들은 제주 선거인단 모집에 공을 들였다. 당초 문·손 후보 측이 각각 1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박빙 경쟁이 예상됐지만 투표 결과 문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문 후보 측이 시민·직능단체를 중심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 “지역 관할 위원장 없이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경선을 준비했다”며 “여러 직능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위기감이 퍼지면서 자발적으로 모바일 경선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고 4·3사태에 대한 진실 규명도 이뤄졌다”며 “제주에 친노(친노무현)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손 후보 측은 지역의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조직을 총동원했지만 투표율이 반 토막이 나면서 득표율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후보들은 이날 현장 연설에서 저마다 경쟁 후보에 대해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가장 먼저 연설 무대에 오른 손 후보는 “참여정부는 총체적 성공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대북송금 특검도 잘한 일이라고 한다”며 “정권을 빼앗긴 세력은 제대로 반성도 성찰도 안 하고 있다”고 문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겨냥해 “새로운 사람, 참신성이라는 분장 속에 감춰진 무경험과 무능력, 무헌신과 무철학으로는 닥쳐올 국가 위기를 헤쳐갈 수 없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력 있는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게 정권을 넘겨준 것, 너무나 뼈아프고 정말 송구스럽다”면서도 “실패의 경험이 있기에 우리 민주당만이 민주정부 10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당 밖의 안 원장을 의식한 듯이 “민주당의 세 번째 대통령이 되겠다”며 민주당 후보임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손 후보를 겨냥한 듯이 “대선후보는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을 갖춘 후보여야 한다”며 “야당의 불모지인 영남에서 한 번도 훼절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싸워온 김두관이 가장 민주당 다운 후보”라고 강조했다.

가장 저조한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정 후보는 “여론조사대로라면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없다”며 “제주에서 대역전의 드라마를 통해 박근혜 뒤집기 한판으로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당내 선두인 문 후보를 겨냥해 “허울뿐인 대세냐 아니면 능력있는 사람이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이날 문 후보는 시스템의 오류로 연설 종료를 알리는 차임벨이 47초 미리 울리면서 연설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앞서 제주 모바일투표 개표 과정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투·개표 관리업체가 개표 프로그램을 돌리기 전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해 생긴 오류로 확인되면서 경선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26일 울산 종하운동장에서는 두 번째 순회경선이 열린다.

제주=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