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각각 상대방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제기한 소송에서는 애플의 삼성 통신기술 침해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고, 애플이 낸 소송에서는 삼성의 인터페이스 특허 침해가 인정됐다. 특히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침해가 기각됐다는 점에서 삼성에 유리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허소송에서 배심원단이 어떤 평결을 내릴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번 국내 소송은 당사자 간 극적 합의가 없는 한 대법원까지 갈 공산이 크다.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싼 애플과 삼성전자 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법원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지배적 분석이다. 애플은 끝까지 디자인 침해를 문제삼겠지만 디자인 보호의 범위, 더 근본적으로는 특허 보호와 혁신 촉진 사이의 경계를 칼로 무 자르듯 정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사실 모든 선행기술들이 융합되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어떤 기업도 특허침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허 자체의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결국 특허 풀이나 크로스 라이선스 없이는 어떤 혁신적 IT 제품도 나오기 어려운 그런 상황이다. 애플로 인해 야기된 법정 다툼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소송이 남발되면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국에서 삼성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과 한국에서 애플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반발하리란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경쟁이 사라지면 더 이상의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진정하게 경쟁을 해야 할 곳은 법원이 아니라 시장이다. 결국 최종 판결은 시장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