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제약 영업맨, 新 서바이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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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주고 받으면 의사도 처벌…정부 전담수사반까지 출범
이젠 돈보다 '개인기' 중요해져
의사 과수원서 매일 잡초 뽑기…TV·컴퓨터 수리…서류도 떼다줘
'비서'처럼 뛰며 '간택' 받기 기다려
이젠 돈보다 '개인기' 중요해져
의사 과수원서 매일 잡초 뽑기…TV·컴퓨터 수리…서류도 떼다줘
'비서'처럼 뛰며 '간택' 받기 기다려
영업과 리베이트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제약업계 영업사원들의 ‘생존 게임’이 눈물겹다. 지난 4월 정부가 약가 인하를 시행한 이후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육탄전’의 연속이다. 약값 인하분만큼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 거래처를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약 영업 여건이 빡빡해진 것은 2010년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리베이트 쌍벌제(금품을 주고받는 쪽을 함께 형사 처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관련법이 개정돼 의약품 납품이나 판촉 등을 목적으로 주고받는 모든 금품 수수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단 학술대회나 제품설명회 등을 할 때 의사 1인당 1회 10만원 이하의 숙식비나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을 제외했다. 이 제도 시행 전까지는 리베이트를 준 쪽만 행정·형사 처벌을 받고, 의사는 설령 수억원어치를 접대받더라도 행정 처분 외에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접대받는 것을 꺼리는 의사들을 공략할 최후의 수단으로 등장한 게 바로 간택 영업이다. 1·2차 병의원에서 간택 영업은 거의 절대적이다. 종합병원급에서는 약 자체의 효능이나 제약사 브랜드 파워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가 올 4월 단행한 약값 인하(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평균 14% 인하)도 영업사원들이 간택 영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소같이 뛰어도 월 표준 실적(보통 1인당 총 처방액 3000만~5000만원)을 맞추기 힘들어 한 명의 의사 처방이라도 더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리베이트 규제) 방향은 공감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 정상적인 영업활동마저 위축시키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불리한 상황도 문제다. 다국적 제약사 국내 법인이 본사를 동원, 국내 의사들을 해외로 초청해 학술대회나 제품설명회를 열면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현실적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등 관련 당국은 “복제약(제네릭)과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업계 체질을 신약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구성한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의 칼날은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최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뽑힌 상위 제약사뿐 아니라 중소형 제약사가 적발되는 등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