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4일만에 '팔자'…실탄 바닥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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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2P 하락…현·선물 동시 매도
올 누적 매수 12조 넘어 추가로 살 여력 적어
프로그램도 매도 전환…변동성에 주의해야
올 누적 매수 12조 넘어 추가로 살 여력 적어
프로그램도 매도 전환…변동성에 주의해야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4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최근 한 달간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한 외국인이 추가 상승 재료가 부족한 틈을 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그간 순매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더라도 여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 주기가 과거보다 짧아진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외국인, 하락 위험 대비
외국인은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1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지난 3일 596억원 순매도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3671계약을 순매도했다. 또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낼 수 있는 코덱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49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시장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22.73포인트(1.17%) 내린 1919.81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장 초반부터 매도 우위를 보인 데다 전날 나온 중국 HSBC 제조업지수가 9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개인이 717억원어치, 기관이 144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았지만 지수를 상승세로 이끌지는 못했다.
의료정밀 섬유의복 음식료품 비금속광물을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금융(-2.30%) 운수창고(-1.54%) 운송장비(-1.42%) 업종의 하락 폭이 컸다. 삼성전자가 127만5000원으로 0.93% 하락한 것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내림세였다.
◆외국인 유출·입 주기 짧아져 ‘주의’
외국인이 급격하게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확대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고 국내 증시가 여전히 선진국보다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입 주기가 짧아지고 변동 폭이 커졌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과 몇달 만에 외국인이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다시 순매수로 돌아서기를 반복해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3개월을 주기로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갔다. 연초 이후 누적 순매수 규모는 지난 4월6일 11조7909억원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7월16일 5조249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다시 늘어 12조3889억원으로 증가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제한된 범위에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고 있다”며 “외국인 중에서도 단기 투기성 자금 비중이 높아져 증시 변동 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지난 4~6월 팔았던 것을 되사는 환매수(쇼트커버링·short covering) 성격의 매수는 마무리돼 추가 매수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로그램도 매도 전환
외국인이 이날 프로그램 매매에서 590억원을 순매도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는 6조8846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5조3386억원보다 많다. 프로그램을 제외한 개별 종목 매매에서는 오히려 매도 우위였다는 의미다.
심상범 대우증권 파생팀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개별 종목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프로그램 매매마저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외국인 실탄이 거의 바닥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심 팀장은 “앞으로 외국인 수급은 순매수를 유지하더라도 시장 하단을 떠받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이 매수세에 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분석팀장은 “프로그램 순매수로 쌓인 물량이 9월 만기일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