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의 '끝없는 식욕'…이번엔 중고차에 꽂혔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양재동 BMW 중고차 전시장. 10여명의 고객들이 차를 살펴보고 있다. 구매 상담 중에도 문의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린다. BMW 공식딜러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는 “지난해 중고차 15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며 “최근 스마트폰으로 이용하기 쉽도록 중고차 모바일 사이트를 만들었고 내년에는 전시장을 확충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날 오후 방배동 메르세데스 벤츠 서비스센터는 중고차 정비 작업으로 분주했다. 178가지 항목에 대해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자체 인증을 거쳐 판매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 인증 차량 대수를 늘리고 본격적으로 중고차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고객 잡아라

수입차 업계가 공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을 내놓고 신차 수준의 품질과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선두주자는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인 BMW다. 2005년 ‘BPS(BMW Premium Selection)’를 국내에 도입했고 서울 양재, 인천, 부산 등지에 5곳의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8곳으로 확대한다. 도이치모터스는 내년 성수동에 50여대의 전시 규모를 갖춘 국내 최대 중고차 전시장을 짓는다. 올해 2000대, 내년 3000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수입차의 '끝없는 식욕'…이번엔 중고차에 꽂혔다

지난해 9월 ‘스타클래스’를 론칭한 벤츠 코리아는 내년부터 일반 고객의 중고차도 판매한다. 그동안 딜러사의 전시, 시승차만 판매했다. 벤츠는 서울 용답, 양재 2곳 외에 수도권에도 전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우디도 연내 ‘AAP(Audi Approved Plus)’를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포르쉐를 수입하는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는 이달 경기 분당 전시장 4층을 중고차 전용 공간으로 만들고 ‘POC(Pre Owned Car)’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11월 문을 여는 서울 서초 전시장에 중고차도 전시하고 부산 해운대구에 POC 센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김경수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대리는 “전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파나메라 등 고가 차량 5대가 팔렸다”며 “올해 50대, 내년 70대 판매가 목표”라고 말했다.

○새 차보다 ‘돈’ 된다

수입차 업계가 중고차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성에서 찾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 위탁수수료는 매매가의 3~5% 수준이다. 한 수입차 딜러는 “발로 뛰어 신차를 파는 것보다 앉아서 중개비를 챙길 수 있어 블루오션(경쟁없는 시장)”이라고 귀띔했다. 판매사는 중고차의 상품성을 개선해 높은 가격에 팔아 수익을 남긴다. 이 과정에서 자사의 정비센터와 할부금융사를 활용할 수 있어 1석3조의 이득을 거둘 수 있다. 리스구매차량이 대부분인 수입차의 경우 파이낸셜서비스를 연계해 장기 수익도 보장된다. 박병욱 도이치모터스 매니저는 “인증 중고차는 전담 매니저가 승계 절차가 복잡한 리스차량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입 승용차 대수는 전년 대비 10만여대 늘어난 59만3146대로 집계됐다. 올해 1~7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량을 고려하면 수입 중고차 대수는 66만대를 넘어선다. 최근 수입차 판매량이 매년 20%씩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도 지난해 325만7000여대로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수입 중고차 시장이 앞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양한 신차 출시와 젊은 구매층 증가로 교체 수요가 많은 데다 감가율이 높아 차량보유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구매 후 1년 동안 가격이 20~25% 떨어지기 때문에 신차 구입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맛보기용으로 중고차를 찾는다”며 “재구매율도 30%로 높아 수요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