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분야 경찰 10명 중 6명이 검사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영장기각을 경험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수사기획관인 황운하 경무관은 자신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영장청구권에 관한 연구’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전국 수사 경찰 54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6%가 ‘검사의 납득할 수 없는 영장기각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고 24일 밝혔다.

응답자의 91%는 ‘부당한 영장기각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은 적 있다’고 답변했다. ‘검사의 영장기각이 순수하지 못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46.3%가 ‘그런 편’이라고 답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사의 영장기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85.8%가 ‘그런 편이다’라고해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검사를 거치지 않고 경찰이 직접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2.2%가 ‘그런 편’이라고 적었다. ‘그렇지 않은 편’이란 대답은 6.9%에 불과했다. 황 기획관은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검·경 간 왜곡된 상명하복식 수사구조를 유지시키는 핵심 장치”라며 “검사는 경찰이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영장청구권을 행사, 검사 자신의 의도대로 경찰의 수사 방향과 범위를 좌지우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에서 ‘검사가 영장을 청구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헌법, 형사소송법의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도 개정해 경찰이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황 기획관은 수사지휘권 조정을 둘러싸고 반복된 검·경 간 갈등에서 경찰 내 대표적인 강경론자로 꼽혀온 인물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