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수용소 인권탄압 행위 처벌 이뤄질 듯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1976~1983년)의 마지막 집권자인 레이날도 비뇨네(84)가 또 한번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국영 뉴스통신 텔람(Telam)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법원은 군사정권의 비밀수용소였던 캄포 데 마요(Campo de Mayo)에서 저질러진 인권탄압 혐의로 이날부터 비뇨네를 포함한 9명의 군정 인사들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3월24일 일어난 군사 쿠데타로 이사벨 페론 대통령 정부(1974~1976년)가 무너졌다.

쿠데타를 주도한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86)는 1981년까지 집권했다.

비뇨네는 1982~1983년 사이 집권했으며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1983~1989년 집권)에게 정권을 이양하면서 군정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이다.

비뇨네는 민정 이양의 조건으로 사면법 제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군정의 인권탄압 행위와 관련된 모든 자료의 폐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뇨네는 2010년과 2011년 재판에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에는 군정 시절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아기 납치' 혐의로 1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당시 재판에서 비델라는 징역 50년형을 선고받았다.

군정은 반체제 인사 등 정치범들로부터 빼앗은 500여 명의 아기를 군 장교 등에게 강제로 입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의 인권단체들은 '더러운 전쟁'으로 불리는 군정 기간 3만여 명이 납치·고문·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600여 곳의 비밀수용소에서 처형된 채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알폰신 전 대통령 정부 출범으로 군정 인사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듯했으나 군부의 반발을 우려한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1999년 집권)이 1989년 사면법을 제정하면서 처벌이 중단됐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이 사면법을 전격 취소하고 나서 2006년부터 처벌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