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특허소송 평결에서 배심원들이 판단해야 하는 항목이 5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들에 따르면 9명의 배심원은 22일(현지시간) 오전부터 최종 평결을 위한 토론을 시작했다. 이들이 평결 내용을 기재해야 하는 평결 양식 최종본은 20쪽 33개 항목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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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결 양식의 대부분 질문은 각각의 기기들이 상대방 특허를 침해했는지, 침해했다면 그에 따른 피해보상액은 얼마인지 쓰도록 돼 있다. 배심원들이 판단해야 하는 항목 500건은 초안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내용이 난해하고 방대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질문에 답할 때 기준이 되는 평결 지침도 109쪽에 이른다. 지난 21일 최종 변론에 앞서 루시 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판사가 지침을 읽는 데만 2시간30분이 걸렸다.

평결 양식과 지침을 분석하면 이번 평결의 핵심은 ‘디자인’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특허 침해 여부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의 외관이나 느낌을 포괄하는 지식재산권 보호 장치다.

애플은 디자인에 대한 배상액을 대당 24달러로 정했다. 반면 다른 특허는 대당 2~3달러 수준이다. 배심원들이 디자인 침해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배상액이 크게 달라진다. 애플의 주장대로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디자인에 대한 지식소유권을 인정하면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기존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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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판사는 지침을 통해 “애플의 아이패드와 삼성전자 갤럭시탭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배심원들에게 주문했다. 아이폰 디자인이 스마트폰 디자인 진화의 필연적인 모습인지, 혁신적인 것인지도 따져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내놓기 전에 아이폰의 디자인이 독창성을 갖고 있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