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똥개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조건, 높은 스펙과는 거리가 먼 똥개. 똥개면 똥개라고 인정하는 것.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똥개든 진돗개든 어떻게 태어났느냐는 문제되지 않는다. 똥개로 태어나도 평생 똥개로 빌빌대며 살다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진돗개로 탈바꿈해 멋진 인생을 살아볼 것인가.’

빈털터리 청년에서 농산물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로 성공한 이영석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44)는 “성공의 첫 관문은 주제파악”이라고 말한다. 무일푼으로 오징어 트럭행상을 따라다니던 그는 트럭을 마련해 6년 동안 길거리에서 장사를 배운다. 1998년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서울에 18평짜리 야채가게를 개업했고, 지금은 전국 40여개 점포를 가진 농산물 판매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에서 자신은 야채장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빨리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주제파악을 못하면 왜 가난한지도 모르고, 그냥 현재에 안주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면 그 일을 당신이 하고 있는 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들과 똑같이 장사할 생각이었다면 아마 처음부터 장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야채장사를 할 때부터 머릿속에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것. 그는 “어떻게 하면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만우절에는 직원 모두 여장을 하고, 화이트데이에는 정장을 빼입고 사탕을 나눠주고,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을 선물했다. 어머니들은 “세상에, 남편한테도 못 받아본 사탕을 여기서 받네” 하며 좋아했다. 국군의 날에는 군복을 입고 손님들에게 “충성”하고 외쳤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 더 얹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성공 비결을 전한다.

그는 야채장사도 전문직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일한다. 그는 남들과 다른 야채장수가 되기 위해서 관련 교육도 받고, 책도 읽고, 경험도 쌓았다. 돈을 들여 발성연습, 발음연습, 예절, 서비스매너, 이미지메이킹 등의 교육을 받았다. 그는 “내가 먼저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내 일에 대한 귀함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처음 오징어 행상으로 장사를 배울 때 그는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매일 밤 때려치울까 수천 번 고민했다고 한다. 그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은 한 가지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뭘해도 포기할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장사를 배운 사람이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 잘된 사람은 5%도 안 된다. 나머지는 중간에 다 포기했다. 그는 장사를 배우러 오는 친구들에게 제일 먼저 길에 나가서 파는 것을 시킨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장사를 하다 보면 물건 파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마음속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는 “장사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그런 과정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20년 장사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성공정신을 직설적으로 설명한다. 꿈부터 꾸라는 말 대신, 꿈꾸기 전에 대가를 치를 각오부터 하라고 말한다. 배우려면 돈 내고 배우라고 하고, 짐승 같은 성실함을 가지라고 한다. 2시간 먼저 나오고 2시간 늦게 퇴근하라고 말한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저자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깨친 내용인 만큼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