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W] 증권사 광고규제, `고무줄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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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광고는 다른 기업 상품광고보다 규제를 많이 받습니다.
투자손실 위험이 큰 만큼, 투자자들이 오해할 만한 표현을 피하도록 하는 건데요.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만 들이대는 광고심사에 증권사들 불만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김종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K증권사 라디오 CM
"주식 투자는 원금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 직후 증권사 상품광고에 삽입된 라디오 광고 문구입니다.
리먼 사태 직후 주식형펀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뒤,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펀드 광고마다 이같은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김종학 기자
"금융투자협회 심사를 거쳐 증권사 영업지점에 비치돼 있는 광고물입니다. 금융상품 광고는 소비자들이 현혹되기 쉬워 비교적 까다로운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펀드와 채권 등 증권사가 판매하는 투자광고는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발행회사, 발행일 등 의무표시사항과 금지사항이 규정돼 있는데, 불완전 판매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상품 광고에 대한 심사가 더 깐깐해졌습니다.
`무조건`이나 `무제한` 또는 `업계 최고`, `최초` 등 근거가 모호한 표현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업계 1위`를 강조하고 싶어도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으면 광고를 할 수 없고, 비교광고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 증권사는 다른 업체에 비해 유리한 내용만 부각해 광고하려다 퇴짜를 맞기도 했습니다.
영상이나 인터넷 광고의 경우 투자위험을 설명한 자막이 일정시간 이상 표시돼야하고, 손실 가능성을 표시한 경우 글씨 크기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커야 합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
"인쇄매체도 위험고지의 경우 A4기준으로 8포인트 이상 하도록돼있고, 신문광고는 10포인트 이상으로 돼 있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위험고지 같은 경우 저희가 고객들에게 손실위험을 알려야할 의무가 있으니까 글씨 크기로 규정을 해놨죠."
이처럼 광고심사가 까다로워지다 보니 증권사 담당자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실제로 한 증권사는 금투협 심사를 거친 사안에 대해 단어 하나 수정해 광고를 게재한 뒤 금투협과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A자산운용사 마케팅팀장
"중간중간 계속 개정을 해서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계속 현실을 바뀌는데 요즘은 못따라가고 하니까 돈주고하는 사람들은 답답한 거죠. 이게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계속 법이란 잣대를 들이밀면 광고문구도 광고성 카피가 아니라 길어지잖아요."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증권사 광고 규제가 더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은행과 보험사는 금투협과 마찬가지로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가 광고심사를 맡고 있지만, 수익률 표기나 업계1위 등 광고 문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편입니다.
광고문안에 대한 협회의 판정 기준이 일관된 것도 아닙니다.
규정에 따라 허가를 내주지 않던 광고도 직접 찾아가 해명하면 받아들이기도 하고, 파급효과가 큰 SNS 광고는 준법감시인에게 맡기는 등 기준이 모호합니다.
금융투자협회는 투자광고 심사 과정에 이같은 불만이 터져나오자 지난해 말 사례집을 만들고, 올해 5월에는 실무자들을 불러모아 간담회를 여는 등 불만 잠재우기에 나섰습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
"규정을 그냥 본문만 보다보면 사실은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을 사례를 통해서 또는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잘못된 것을 고쳐야하는 구나하고 이해가 될 것이고, 펀드 광고할 경우에도 어디 규정에 나와 있는지 편리한 부분들은 있죠."
가뜩이나 업황도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를 끌어모으려는 증권사들과 투자자 보호에 치중한 금융투자협회 사이의 괴리감은 여전해 보입니다.
금융투자 상품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광고 규제를 많이 하는 편이죠.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상품을 제대로 알릴 기회도 막고 있다 이런 얘기인데.
김종학 기자 자리에 나와있습니다.
어떤 점들이 주로 문제로 지적되나요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를 대변하는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상품심사가 여전히 규제일변인데다, 심의 잣대도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여전합니다.
금투협이 증권사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규제기관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투자광고는 자율규제기관인 금융투자협회가 심사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담당부서에서 기업이미지 광고나 ELS 등 상품 광고 문안을 마련하면 각 회사의 준법감시인으로부터 허가를 받습니다.
파급력이 낮은 광고물의 경우 준법감시인 승인을 받아 바로 광고를 게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업지점 플랜카드나 문자메시지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대개의 경우 금융투자협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정사항이 발생할 경우 해당 광고는 앞의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예정보다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심의 규정에 맞추려다 자칫 상품을 판매할 시점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만해도 규정과 대조해 심사를 내주기까지 빨라야 3일, 보통 1주일가량 걸렸다고 합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심사 기일을 1영업일 이내, 즉 접수 다음날까지 처리하도록 지침을 바꿨지만 아직도 개선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평가입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
"광고물을 올렸는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되게 써오고 팩트도 확인할 게 많다면 회사 담당자에게 확인요청을 해놓죠. 회사가 빨리 설명을 하면 빨리 진행이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 더 늦게 나갈 수있죠."
B증권사 마케팅전략팀 과장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고요. 아쉬운 것은 시간이 좀 원하는 대로 빨리빨리 처리가 안된다는 것은 있고요. 워낙에 인력이 달려서라고는 하는데, 3영업일 자체도 저희로서는 아무래도 (느리다) 이슈가 있을 때 빨리빨리 하고싶은데..."
광고문구를 금투협이 주관적으로 해석해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는데요.
월지급식펀드가 유행할 당시 광고문구에 `월급처럼`, `꼬박꼬박` 등의 표현이 허용돼왔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투자자 피해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심사 기준이 180도 달라진 것입니다.
금투협 관계자는 `월급`이란 표현을 사용한 상품이 이미 출시가 돼 있어, 광고에도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광고심사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건데,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금투협이 지난해 증권사에 배포한 심사 사례집입니다.
뒤늦게 증권사와 소통에 나선 것인데요.
펀드 운용수익률 표시 방법이나 규정에 어긋난 이벤트 광고 사례가 담겨있어, 증권사들도 호의적인 반응입니다.
이렇게 규정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증권사 의견을 수렵해 투자광고에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A자산운용사 마케팅팀장
"협회로 입사했다가 부서발령받아서 광고심의 업무를 하다보니까. 업계 사정이나 이렇게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에 안좋은 부분이 있어서. 만약에 가능하다면 직원이 여러명 있는데 한 두명 정도는 업계에서 광고를 해봤던 사람들 있잖아요. 경력직같은 형태로 한 두명 정도 있으면 훨씬 회원하고 업무가 수월할 것 같아요."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완전 판매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손실위험 고지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기웅 경실련 경제정책팀
"증권업 같은 경우에는 투자에 따른 책임을 투자자가 온전히 다 지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 투자자의 위험부분에 대한 고시 내지는 고지같은 것들도 충분히 제공이 돼야지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손실부분에 대한 정확한 판단하에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의 투자상품 광고는 실제보다 과장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심사를 까다롭게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지금처럼 광고 심사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보다 외부 기관의 입장이나 금융투자협회의 의견에 따라 따라 판정이 달라지는 건 곤란합니다.
지금까지 김종학 기자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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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