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판도 깨는 사모펀드] 김병주, 월가 경험 美 유학파…변양호, 관료…진대제, 삼성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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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를 이끄는 사람들
송인준 IMM 대표는 토종형 박영택·유종훈 등
대기업·금융권 출신 독립 속출
송인준 IMM 대표는 토종형 박영택·유종훈 등
대기업·금융권 출신 독립 속출
사모펀드(PEF)는 금융시장에서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받아 기업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많게는 수백억원의 성과 보수를 받는 ‘꿈’을 위해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PEF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김병주 회장은 그런 꿈을 현실로 만든 인물이다. 국내 PEF 시장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는 김 회장의 뿌리는 미국 금융의 중심 월가(街)다.
그는 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거쳐 곧바로 월가에 입성했다. 씨티그룹을 시작으로 1999년엔 미국의 대표적 PEF인 칼라일그룹에 들어가면서 미국 금융의 정수를 배웠다. 2000년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를 성사시킨 뒤 3년 뒤 씨티은행에 매각해 8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칼라일에 안겨줬다. 2004년엔 칼라일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 회장은 2005년 칼라일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영문 이름 ‘마이클 병주 김’의 앞 글자를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 국내 최대 PEF로 키웠다. 김 회장 외에 윤종하 MBK파트너스 한국대표와 김광일 부사장 등 3명이 MBK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이다.
2005년 정부가 PEF 설립을 허용한 이후 김 회장처럼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인물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들은 대략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김 회장을 포함한 미국 투자은행(IB) 출신들이다. 지난해 싱가포르투자청 등 해외 기관들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모으며 일약 국내 PEF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는 모건스탠리PE에서 시멘트, 부품·소재 등 한국 제조기업에 대한 투자로 명성을 날렸다.
민유성 티스톤 회장은 외국계 IB 대표와 산업은행장을 거친 후 티스톤을 설립했다. 티스톤은 최근 뉴스위크 아시아판을 인수했고, 한국형 첨단 물류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05년 PEF 출범 당시 국민연금의 돈을 받으며 국내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의 주요 인물들도 대부분 유학파들이다.
또다른 국내 PEF 시장의 주류는 관(官) 출신들이 형성하고 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보고인베스트먼트), 구본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트루벤인베스트먼트) 등이 관 출신 스타들이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도 공직을 거쳐 PEF 업계에 몸을 담았다.
해상왕 장보고의 이름에서 따온 보고펀드에는 변양호 대표를 필두로 이재우 신지하 박병무 등 국내 PEF 시장의 거물 4인이 모여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진 전 장관의 경험을 살려 주로 IT(정보·통신) 기업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PEF의 또 다른 지류는 순수 토종형이다. IMM PE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펀드를 이끄는 송인준 대표는 서울대를 나와 안진회계법인을 거쳤다. 총 약정액이 1조5555억원으로 독립계 PEF로는 MBK에 이어 2위다.
국내 대기업 간부 출신들이 세운 PEF도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케이더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며 PEF 대열에 합류했다. 어피니티의 한국 대표인 박영택 부회장도 삼성그룹 재무팀 출신이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총약정액 7441억원 규모로 현대증권 M&A팀이 독립해 만들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