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경선에서 이긴 뒤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게 정치개혁이다.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의 표적이 됐다. 그런 만큼 대선 본선에서 야당 후보들도 이를 타깃으로 집중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정치쇄신을 강조함으로써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과 동시에 야당의 공세에 선제 대응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0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 후보로서 첫 번째 조치로 당내에 정치쇄신 특별기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1일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도 “정치쇄신 특별기구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며 “의원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후보가 정치개혁을 최우선 대선 공약으로 잡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용호 인하대 정외과 교수는 “박 후보가 공천비리 의혹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정치개혁 프로그램 마련을 우선 순위에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쇄신 특별기구에서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나 권력형 비리에 대한 대책과 당의 공천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설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친인척도 공직자처럼 재산내역을 공개하거나 주식거래 등을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가와 외가를 합해 4촌 이내만 수십여명에 이르는 박 후보의 친인척들에 대한 사전 경고로도 해석된다.

박 후보는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다른 직종보다 형량을 더 강하게 부과하거나 사면을 금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공천시스템 개혁은 중앙당의 권한을 축소하는 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 공천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중앙당이 공천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란 인식에서다. 김 교수는 “공천시 당원이나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아예 중앙당을 폐지하거나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권을 없애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은 올해 초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에 이 같은 방안을 건의했으나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박 후보가 반대한 바 있다.

정치쇄신 특별기구는 외부 인사 위주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