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자로 내정돼 종합전자회사로의 도약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동부는 이미 시스템 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로봇, 전자재료 등 전자소재, 부품 분야에 진출해 있다. 대우일렉을 손에 넣으면 소재, 부품, 완제품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 동부 전자관련 계열사와 대우일렉의 기술력, 네트워크 등이 어우러져 가전시장에서 대우의 ‘탱크주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종합전자회사로 확장

김준기 동부 회장은 1983년 반도체 웨이퍼 사업에 진출할 때부터 종합전자회사를 꿈꿔왔다. 2002년 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다사로봇과 에이테크(현 동부로봇), 지난해에는 화우테크(현 동부라이텍), 알티반도체(현 동부LED)를 인수하는 등 전자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시스템 반도체 회사인 동부하이텍을 비롯해 LED패키징과 응용제품을 생산하는 동부LED, 정밀소재 기업인 동부CNI 등 전자소재와 부품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소비재는 동부LED의 LED조명 정도”라며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대우일렉을 인수하면 전자사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는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전력관리칩 등 가전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동부하이텍이 담당하고 동부로봇이 만든 산업용 로봇을 대우일렉 생산라인에 설치할 수 있다. 전자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동부제철이 생산하는 냉연강판 역시 가전에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사업연관성이 큰 편이다.

대우일렉이 갖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도 매력적이다. 대우일렉은 미국, 프랑스, 두바이, 러시아, 중국 등 30여곳에 판매법인을 구축했다. 중국과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에 해외 생산기지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부그룹 계열사 제품의 해외마케팅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부 관계자는 “멕시코, 중남미, 동부권 등에서는 여전히 대우 브랜드가 인정받고 있다”며 “당장 세계 1위를 하긴 어렵겠지만 동부의 투자로 경영이 정상화되면 대우의 제품력, 브랜드 가치로 세계적인 가전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 12년 만에 주인 찾나

외환위기 이후 지난 12년간 대우일렉은 주인 없는 독자생존,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2006년 인도 비디오콘 컨소시엄과 진행한 첫 협상이 깨진 것을 비롯해 2008년 모건스탠리, 2009년 리플우드 컨소시엄, 지난해 엔텍합 등과 다섯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번번이 매각이 무산됐다.

그 사이 2009년 TV 등 영상사업부문을 분리, 종업원 지주회사를 세우고 같은 해 에어컨 사업, 청소기 사업을 매각하는 등 사업 규모는 축소돼왔다. 현재 백색가전인 전자레인지, 오븐 등 주방기기와 냉장고, 세탁기 사업이 남아 있다. 지난해 매출 1조6854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의 경우 2008년보다 84% 감소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성공적으로 인수가 마무리돼 회사 재도약의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성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생활가전의 경쟁력은 모터인데 대우일렉의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등 동부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미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측은 “대우일렉과의 시너지를 확신한다”며 “본계약까지 잘 마무리 되도록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